가족
인천구장이야기
소꾸호
2004. 1. 4. 1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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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에 적어도 한번은 전국의 모든구장에서 한화를 응원해야겠다는 야망찬 꿈을 안고 출발한 원정응원의 시작으로 인천공설운동장을 택했다. 집이 잠실에서 먼 서울이라면 어쩌면 잠실구장보다 더 가까울지도 모를 인천이지만 어쨌든 서울이 아니라는 점에서 웬지 조금 긴장하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은 분위기.
서울-인천간의 국철역상에 공설운동장이 있어서 매우 편하게 갈 수 있었다. 도원역에서 하차. 서울-인천 구간은 맨 앞이아니면 맨 뒤에 출입구가 있는 경우가 많다는 정보와는 달리 중간에 나가는 곳이 있었고, 국철구간에서는 보기 어렵게 꽤 깨끗한 역이었다. 구장방향으로 나 있는 안내판이 정확하게 나타나있지는 않지만 서울에서 오다보면 구장이 보여서 방향을 설정하는 데는 그리 어려움이 없었다.
6시30분 경기에 조금 늦어서 7시쯤도착. 가장 먼저 잠실과 다르다고 생각한 건, 김밥장사 아줌마들이 따로 만들어 와서 파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경영하는 식당앞에서 직접 만들어준다는 것. 잠실구장앞에서는 웬지 상하지 않았을까라는 걱정이 항상 있었는데, 보는 앞에서(물론, 늦게 간 덕도 있지만) 직접 김밥을 만드는 걸 보니 맛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삼미-청보-태평양등 비교적 돈이 없는 모회사를 가지고 있던 팀의 홈구장이어서 그런지 괭장히 허름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천하의 현대가 모회사인데라면 갔던 우리의 기대를 거의 무너트리는 그런 구장.
전 경들의 형식적인 소지품체크에 이어 가장 먼저 보이는 것이 현대유니콘스의 기념품을 파는 곳. 한화응원도구라도 사야겠다고 생각했는데 아무데도 그런 것을 파는 곳은 보이지 않았다. 서울에서는 원정팀이라도 그렇게까지 소외되지는 않았을텐데라고 생각하면서 구장에 들어갔다.
뭐 3루쪽은 텅텅비어있을꺼야라구 생각하면서 들어간 구장은 거의 만원. 남아있는 자리는 중간중간의 사람들 사이와 맨 앞, 외야정도. 할 수 없이 맨앞에 자리를 잡고 앉았는데, 관중을 보호하기 위해 쳐 놓은 그물의 두께가 너무커서 경기를 보는데 조금 지장이 있을 정도였다.
열광적이 현대의 응원. 현대의 공격이 끝나고 한화의 공격. 자 응원이다. 그런데 기대했던 치어걸들은 어디로. 어 왜 내 뒤에서 현대의 응원소리가 들리는 걸까. 여러가지 컬쳐쇼크를 느끼면서 같이간 친구와 조용히 김밥을 먹는 일에만 열중했다. 으..인천에서도 이렇게 주늑이 들어있는데 과연 광주나 대구구장에서 잘해 낼 수 있을까하는 불안감을 조금씩 느끼며.
인천구장 내야의 앞부분은 의외로 넓다. 선수들도 무척가깝게 볼 수 있다. 그렇지만 3,4 회 회를 거듭할 수록 지루해진 아이들의 놀이터로 변해버린다. 너무너무 산만해서 자리를 이동하고 싶을정도인데 현대의 올시즌 성적을 반영이라도 하듯 아이들의 그런 것과는 상관없이 너무도 진지하게 현대를 응원한다. 간간히 들리는 한화의 응원소리에 웬지 동료의식이 느껴진건 외국에서 한국사람을 만났을 때의 그런기분에 비유할 수 있을까.
너무 좁은 구장이었다.8회이후에는 외야에서 구경했다. 거의 대부분의 구장이 외야에서 구경할 때 시야가 방해받지 않는데 인천구장은 외야마저도 펜스를 높이기 위해 그물을 쳐놓아 시원스럽게 보이지 않는다.
잠실의 세련된 멋과는 너무 다른 그렇지만 시골틱한 따뜻함이 느껴지는 구장인 것 같다.
교통도 편해서 서울에서도 자기가 좋아하는 팀이 간다면 응원하러 가는 것도 별로 나쁘지는 않을 것 같다.
잔듸가 인조잔디인점, 복도가 너무 좁은 점등 고치는 것 보다는 새로 만드는 것이 훨씬 돈이 적게 들 것 같지만 현대의 경제력을 믿어본다. 다시 인천구장을 찾았을 때 없어져 있는 것은 아닐까하는 생각이 든다.
참. 사족이지만, 친구와 둘이서 열심히 자리를 찾고 있었다. 괜찮은 곳에 자리가 두 곳 비어서 저기 않을까라고 이야기했더니 우리가 앉을려고 하는 자리의 뒤의 사람이 다리를 올려놓는다. 음. 인천구장에서 자리를 찾을 때는 귓속말로 해야겠구나라구 생각하면서, 야구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야구를 좋아하는 사람을 위해서 자리를 열어주는 마음을 가져야 될텐데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마 내 생각에 그 사람은 한화응원석에서 현대를 응원하는 현대팬이 아니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