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9년 11월 17일 수요일
엄마가 승연이 임신하고 적었던 육아 일기 중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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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17일
오늘은 수학능력시험날.
엄마는 약간 흥분된 마음으로 집을 나섰단다.
왜냐하면, 엄마가 오늘 가는 학교는
상문고.
다름아닌 아빠의 모교거든.
어제, 예비소집일날, 갔다가 이정은 선생님이랑 지리 선생님께
인사드렸단다.
기분 참 이상했어.
아빠의 선생님과 얘길 하니...
이정은 선생님이 그러시는 거야.
석호는 정말 선하고. 눈에 띄게 착한 아이였어..
엄마는 정말 기분 좋았다.
아빠를 아직도 그렇게 좋게 기억해주시다니 말야.
아빠가 이정은 선생님께 항상 인삼 넥타를 드렸대. 수업시간에.
그러면 친구들이 슬그머니 얘길 했대.
석호가 사온 거라구. 비싼 거라구..
이정은 선생님 정말 기분 좋았겠지?
근데, 참 아이러니컬 한 것.
이정은t 曰 -내가 좀 뚱뚱하잖아. 그래서 인삼은 피하는 게 좋은데.
석호는 선생님 몸에 좋다고 꼭 인삼 넥타를 사왔거든..
재밌지?
암튼. 아가야 넌 참 좋겠다.
이렇게 마음씨 따뜻한 아빠가 있으니까.
수능 감독은 무척 힘들었지만 별 사고없이 잘 끝났어.
네가 대학을 갈 즈음에도 이런 국가적인 대규모 입시가
존속할지 모르겠어.
너는 어떤 모습으로 시험을 치르게 될까.
공부를 잘해서,
네가 가고 싶은 대학과 학과에 무리없이 합격할 수 있다면 좋을텐데..
엄마 욕심인가?
나중에.
네가 엄마 생각대로 따라주지 않는다고
엄마가 화내면 어쩌지?
걱정이다.
엄마가 그렇게 될까봐.
유진이 누나 혹은 언니는
이제 잘 걸어다녀.
처음 걷기가 더디었는데,
막상 한 발이라도 걷게 되니까
그 다음은 볼 때마다 걷기 능력이 향상되고 있어.
음.
우리 아가도 많이 컷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