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생각저생각

회사에서의 나

소꾸호 2005. 3. 23. 0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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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퓨터통신. 컴퓨터. 게임등에 빠져서 첫 직장을 선택했다. 그러니 뭐 학교에서 제대로 배운게 있을 수 있나.

 

처음 직장에서는 나의 일본어능력을 인정해줘서 프로그램배우면서 일본에도 진출할 길을 모색할 수 있게 해 주었다.

밤이면 일을 시작하는 실장님.(옛날에는 너무 젊은 사장님을 그렇게 불렀다) 그 때문에 아침부터 출근해서 밤늦게까지 회사에 있어야만 했고 첨엔 프로그래밍을 배운다는 사실에 그렇게 힘든줄도 모르고 이것저것 막내의 일을 해냈다.

97년 당시에 미팅사이트를 개발하여 영어, 일본어, 한국어 3개국어의 사이트를 운영하면서 돼도않는 영어문의메일답장에 일본어문의메일답장에 그렇게 그렇게 살던 어느날.

사람답게 살아야겠다는 마음으로 하산을 결심..

내 의향을 들은 실장님은 마지막날 쳐다보지도 않고 날 보내더라..

음 기대에 대한 배신감이었을까..

 

황실장님은 통신프로그램 '이야기'와 쌍벽을 이루는 '슈퍼세션'을 만든 사람으로 PC통신시절부터 시작하여 통신소프트웨워분야에서는 천재라고 불리는 사람이다. 사업적재능이나 그런 것들은 내가 모르는 부분이나 프로그래밍에서의 천재성은 아마 아무도 부인못할 것이다.

 

결혼 1달 후 그곳을 무작정 그만두고 7급 전산직 공무원 시험을 보겠다고 부모님한테 돈을 받아서 학원을 등록(나 그 때 미쳤나봐) 돼도않는 공부를 시작했다. 우리부모님이 우리 마누라 불러다 놓고 취직할 때까지 한달에 100만원씩 줄테니까 걱정하지말아라라고 미안미안해 하면서 안심을 시켜놓고 나는 학원으로 학원으로

한 열흘 다니니 책이 워낙 무거워서 학원앞에서 발기발기 만들어서 나누어서 제본해달라고 하고 이제 1년동안 난 공부만 해야지 생각하고 폼잡고 있는데 길에서 우연히 내 첫 직장에 자주 다니던 한의사선생님(목수님)을 만나버렸다.

이 분은 한의사 때려치고 컴퓨터가 좋아서 야후코리아창립때부터 샐러리맨 하시다 나모인터랙티브다니다 병원전산화해보겠다고 사업 시작하신 분이다.

이 분이 급하게 처리할 게 있느니까 시험두 10개월이나 뒨데 1주일만 일하고 하라고 나를 꼬셔서 할 수 없이 아니 할 수 없이라기 보다는 학원에 아는 사람도 없고(공부 어떻게 혼자하냐^^) 해서 학원끝나고 회사로 가서 일하다 학원갔다 회사갔다 시간없어서 학원안가고 회사가고 뭐 그렇게 살다 거기 주저 않았다.

학원은 결국 두꺼운 책들만 스프링 맡겨놓은 채로 끝내 가지 못했다.

 

우리 부모님은 안심을, 우리 마누라는 나의 줏대없음을 비웃으면서 다시 샐러리맨의 길로 들어섰다.

 

내 직장생활의 황금기였을지도 모른다.. 안 해 본 일이 없다.

우리 한의사사장님은 대학교한의정보학과 교수라서 매일 회사에 없으니 월급보내는 거 말고는 전부 내가해야했다. 술한방울 입에 못대는 내가 영업까지도 해야 했으니 술집아가씨들이 나를 얼마나 가소롭게 봤을까..

하여튼 기억에 가장 남는 건 모 항공사에서 비행기퀵서비스를 웹으로 한다고 한 일을 밟 넓은 사장님이 따 오긴했는데 일을 할 사람이 없다..나야 뭐 이것저것 굴러만 먹어서 땜방이나 할 줄알지 처음부터 끝까지 하기에는 능력이 딸렸으니까.. 사람을 간신히 구해서 며칠하다가 이 친구가 연락이 두절됐다. 그 때부터 우리사장님과 나는 안절부절..결국 대신할 사람을 찾지 못해서 반달내내 프로그래밍하고 여기저기 뛰어나니면서 물어보고 납품하고 집에 들어가서 화장실에서 기절했다. 기절한 시간은 1초도 안돼지만 잠깐 정신이 없더니 내가 쿵하는 소리에 깨어보니 바닥.

납품한 것도 기적이지만 내가 기절한 건 더 기적이다.. 나같은 초 뚱뚱 철인이..

 

거기에서 만난 한의대생과 같이 한 1년은 또 내게 얼마나 큰 재산으로 남을 것인가..그런 회사를 나오게 만든 건 불화도 회사의 경영상의 문제도 아니 선배의 권유

 

한 3년을 계속 일본전자회사에서 같이 일하자는 회사 선배 이만오사장님(지금은 독립을 해서 사장님.당시에도 사장님.^^)의 끈질긴 권유와 회유로 지금있는 회사의 전산담당자로 오게되었다. 이 회사에 오기까지의 이만오선배의 노력,배려에 대해 이 자리를 빌어 감사의 맘을 전달해야겠다.

 

하여튼 그렇게 해서 오게된 이 회사에서 내 조용한 맘에 파문을 일게하는 사건들이 요즘자꾸 생긴다. 이런 일들이 다시 과거형이 되면 키보드를 두들기기 시작했던 진짜 이유를 쓸 수 있게 되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