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 결혼 (최종회)
결혼을 앞두고 뭔가 의미있는 일을 해보기로 하고 관악산에 기념으로 나무를 한그루 심었다. 그리고 다음에 올 때는 둘만이 아니라 다른 가족도 생겨서 오게되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하며 6월5일의 결혼식을 준비하였다.
아버지는 평생 본인이 몸 담았던 직장에서 자녀 한명은 결혼을 했으면 하는 생각이 있으셨나보다. 법원후생관에서 결혼식을 했으면 하셔서 예쁜 결혼식장 찾는 것을 포기하고 법원후생관에서 결혼을 하기로 정했다.
가만있어도 땀이 주룩주룩 흘러내리던 초여름 토요일. 서초동 법원에서 아내가 담임을 맡고있는 고등학교 반 아이들의 축하, 친구가 만들어 준 축가를 들으며 그렇게 1986년에 시작된 인연이 결혼으로 까지 이어지게 되었다.
2011년 2월, 세 번 째 집으로 이사를 하고 집에 있는 책정리를 하던 중 “홀로서기2:점등인의 별에서"를 발견하게 되었다. 반가운 마음에 책장을 열어보니 눈에 익숙한 장난스러운 내 글씨가 눈에 들어왔다. 맞아, 내가 이 때 내가 이 책을 선물했지하며 옛 생각을 잠시 떠올렸다.
그리고 무심코 넘긴 내가 남긴 메모의 뒷장에는 아마 1987년 12월 24일 내게 시집을 받고 집에가서 썼을 거라고 추측이 되는 아내의 시가 남아있었다.
"난 너에게 할 말이 없다
우린 웃음으로 말했고
우린 가뿐 숨결로 마음을 알았다
서울이 얼마나 날 아프게 하는지 아무도 모르겠지만
그래도 난 널 보며 산다
널 그리며
널 생각하는 마음 하나로
오직 널 위해 산다
1년에 두 번씩 만나
꼭 두번 악수를 나눔으로써도
난 행복할 수 있다.
좋은 날. 좋은 사람을 만났다.
차가운 흙 위에 누워도 기억할 이름을 가진.
87.12.24 "
잠시 먹먹해졌다. 우리 집사람은 나를 참 많이 좋아했었구나. 앞으로 승연이가 어른이 되면 이제 다시 둘이서 남은 인생을 살아가야할텐데 남은 날들은 내가 더 많이 좋아해주며 살아가야겠구나 하는 마음으로 책장을 덮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