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마을중앙본부입소와 동시에 새마을운동의 정신이 적혀있는 소책자를 하나씩 받았다.
금요일에 이 책을 다 외웠는지 검사를 하는데 이 책을 다 외우지 못하면 이수증을 주지 않을 것이라는 교관선생님의 엄포.
월요일부터 화장실에 가서 외우는 사람들, 잠자리에 들어서 외우는 사람들, 밥먹으면서 외우는 사람들. 고등학교2학년에게 얼마나 겁을 줬는지 전부다 금요일 암기시험에 합격하기 위해서 열심을 다했다.
유명 강사분들의 강연을 듣고, 토론을 하고, 미래를 이야기하고, 등촌동에서 애기봉까지 구보를 하는 등, 금요일까지 많은 프로그램을 소화했다.
고등학교 2학년생들에게 일주일은 친해지기 충분한 시간이었다.
새마을정신을 외우다가도, 식사시간, 휴식시간, 일과를 마친 후 수다가 시작되면 전국 사투리로 시끌벅쩍 시간가는 줄을 몰랐다.
금요일의 암기시험을 눈앞에 두고 있었지만, 서로를 알아가면서 친해졌고 그 안에서 또 남녀학생들이 섞여있으니 알듯 모를듯 누군가를 좋아하는 약간의 미묘한 감정들이 싹트기도 하였는데 그렇다고 그게 연애의 감정은 아니었다.
나는 지금으로 말하면 약간 나쁜 남자를 연출하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친구들이 학교대표로 와 있다는 생각에 어떻게든 미션을 완수해야 하는 부담감을 가지고 있었던 상황에서, 나는 약간 대충대충하고 뭐 이런 걸 그렇게 열심히 하냐 하는듯 행동한게 오히려 다른 친구들에게는 특이하게 보였는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일주일이 지나고, 새마을운동중앙본부의 높은 분 앞에서 암기를 해야하는 금요일이 되었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