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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생각저생각/편지6

편지 (6) 6. "미스주, 이 편지 봐. 만나고 싶었는데 결국 못 만나버렸어. 김정민님 보세요. 방금 전에 김정민님 집에 갔었어요. 오늘 새로운 사실을 알았어요. 김정민님이 여자라는 사실을. 사실 제가 찾던 사람은 남자였거든요. 그리고 저의 애인이었구요. 한 번 뵐려고 했는데 그냥 서울에 올라가기로 했어요. 전 정말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왔거든요. 혹시 제 남자친구였던 그 사람의 추억이라도 잡아볼려구요. 근데 아마 아무 관계가 없는 분 같으시네요. 세상엔 참 우연이란게 가끔 있는 것 같애요. 이젠 편지 안 드릴께요. 그동안 폐를 끼쳐 드려서 죄송합니다. 안녕히 계세요. 이은주드림 "잘 해결됐네. 재미없게 되버렸잖아." "응.근데 뭔가 허전하다. 어떤 사람인지 궁금했는데. 내가 남잔 줄 알았나봐." "잊어버려. 덕분.. 2020. 5. 3.
편지(5) 5. 할아버지는 정원을 손질하고 계셨다. 엄마는 그 할아버지 옆에서 무언가 심각한 이야길 하고 계셨다. 아마 집이야기일 것이다. 엄마는 이제 아파트로 이사하고 싶다고. 공주도 몇 년 전부터 아파트가 들어서기 시작하여 도시의 편리함을 알리고 있다. 엄마는 아파트로 이사를 가고 싶어했다. 불걱정 문단속 걱정을 더 이상하기 싫다고.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시아버지를 모시고 사는 엄마를 나는 이해한다. 할아버지는 반대시다. 유일한 낙인 정원이 없어진다는 일에. 난 아무래도 좋았다. 엄마의 그 동안의 노고, 할아버지의 얼마 남지 않은 인생들을 생각한다면 나는 누구의 편도 들 수가 없었다. 누군가가 찾아왔다. 복덕방 아저씨이다. 집을 보러가자고 엄마는 나에게 이야길했다. 토요일. 어쩌면 이은주란 사람이 찾아올 지도 .. 2004. 1. 4.
편지(4) 4. 편지가 또 왔다. 이은주님 보세요. 이은주님은 누구세요. 제 친구중에 서울에 사는 이은주님은 없거든요. 혹시 실례가 안된다면 제가 기억나게 가르쳐 주시지 않을래요. 아무리 생각해도 이은주님이 기억이 나지 않네요. 덕분에 감기는 다 낳은 것 같습니다. 그럼 안녕히 계세요. 김정민드림 누구일까? 그냥 시작했던 일이 왜 이렇게 복잡하게 되었을까? 나는 이제 뭐라고 답장을 보내나. 태호는 나의 그런 물음에 화를 냈다. 언제까지 정민이에게 연연할 꺼냐고. 남은 사람들은 살아야 되지 않겠냐고. "직접 찾아가 봐. 공주라면 그리 멀지도 않고 하루면 갔다 올 수 있을꺼야. 내가 은주 너에게 이렇게 화낼 입장은 아닌 걸 알지만, 우리 아무 관계도 아닌 거 알지만, 제발 이젠 정민이 한테서 멀어져. 결혼 했던 것도 .. 2004. 1. 4.
편지(3) 3. 편지함을 열어보고 난 깜짝 놀랐다. 고속도로가 되어 버렸을 그 주소에서 그리고 지금은 이 세상에 없는 정민이에게로 부터 편지가 왔다. 이은주님 보세요. 저는 지금 감기에 걸려서 그렇게 잘 살고 있지는 못합니다. 안녕히 계세요. 김정민드림. 누구일까? 주소가 없어서 난 다시 돌아올 줄 알았는데, 누군가가 장난을 치는 것일까? 아니면 정민이가 어딘가에 살아 있는 것일까.나는 다시 답장을 보내기로 했다. 김정민님 보세요. 빨리 감기가 낳으셔서 다시 건강한 모습이 되었으면 좋겠네요. 동봉하는 것은 제가 애용하는 약입니다. 혹시 도움이 되셨으면 좋겠어요. 그럼 안녕히 이은주드림 나는 편지를 들고 태호가 일하는 사무실에 갔다. 태호는 조그마한 사무실을 하고 있다. 그 사고 이후 등산을 하지않는 태호는 늦은 시.. 2004. 1. 4.
편지(2) 2. 꿈속에서 누군가와 심하게 다투는 꿈을 꾸었다. 일어나 보니까 온 몸이 땀으로 흠뿍 젖어 있었다. "아직도 몸이 안 좋으니?" "응, 그래도 어제 쉬었으니까 회사는 가야 돼" "나랑 같이 이 따 병원에 가보자." "오늘은 회사에 가보고." 어제 하루 감기에 걸려서 회사를 가지 못했다. 아직 몸이 괜찮은 것은 아니지만 아무래도 오늘은 가야 할 것 같다. "참 편지 왔더라 너한테" "어디서" "잘 모르겠어. 서울의 이은주라고 너 아니?" 편지를 뜯고 난 픽 웃었다. 김정민님 보세요. 어떻게 지내세요. 저는 잘 살고 있습니다. 그럼 안녕히 계세요. 이은주드림 "이은주? 누구더라" "감기 많이 들었나 보구나. 친구 이름도 잊게." 엄마가 웃으시면서 나가셨다. 이은주? 누굴까? 계속 그런 생각을 하면서 회사로.. 2004. 1. 4.
편지(1) 일본공항에서 러브레터라는 책을 사서 읽은 후에 그냥 기억나는데로 한 번 내가 각색을 해보고 나의 언어로 써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시작한 일. 나의 특성상 결국은 6번만에 그만두었지만 ^^;; 당시 인터넷 게시판에 2,3일에 하나씩 올렸는데 몇몇분이 빨리 올려달라고 댓글을 남겨줘서 기분이 좋았던 기억이 ㅎㅎㅎ. 없어진 줄 알았던 걸 발견해서 다행이다. 20대중반정도였던 나이라 지금보면 많이 어색하지만 그냥 기념으로 그 상태 그대로 기록을 위해 남겨본다. ======================================================== 1. 김정민이 죽은 지 2년이 지났다. 그리고 2월 14일로 3주기를 맞는다. 정민의 어머니는 아직도 그의 무덤 앞에서 울고 있다. 정민의 사고의 날처럼.. 2004. 1. 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