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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생각저생각/편지

편지 (6)

by 소꾸호 2020. 5.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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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미스주, 이 편지 봐. 만나고 싶었는데 결국 못 만나버렸어.

김정민님 보세요.

방금 전에 김정민님 집에 갔었어요. 오늘 새로운 사실을 알았어요. 김정민님이 여자라는 사실을. 사실 제가 찾던 사람은 남자였거든요. 그리고 저의 애인이었구요.

한 번 뵐려고 했는데 그냥 서울에 올라가기로 했어요. 전 정말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왔거든요.

혹시 제 남자친구였던 그 사람의 추억이라도 잡아볼려구요. 근데 아마 아무 관계가 없는 분 같으시네요. 세상엔 참 우연이란게 가끔 있는 것 같애요.

이젠 편지 안 드릴께요. 그동안 폐를 끼쳐 드려서 죄송합니다. 안녕히 계세요. 이은주드림

 

"잘 해결됐네. 재미없게 되버렸잖아."

"응.근데 뭔가 허전하다. 어떤 사람인지 궁금했는데. 내가 남잔 줄 알았나봐."

"잊어버려. 덕분에 몇 주간 재밌었잖아."

 

돌아오는 길에 새로나온 소설을 하나 샀다. 웬지 책이 읽고 싶어졌다. 그러고 보니까 도서관에서 책이랑 씨름하느라고 독서라는 걸 해 본지도 오래된 것 같다.

 

 

"어때.기분이?"

서울로 올라오는 길에 태호가 나에게 물었다.

"그냥 정리된 느낌이야. 안 보고 온 건 잘한걸까?"

"몰라. 기왕 간건데 얼굴이라도 한 번 보고 오지."

"그럴 껄 그랬지. 주소가 같은 동명이인은 세상에 그렇게 흔하지 않을텐데."

"잊어버려. 벌써 끝난 일이잖아."

"참, 나 어디 들를데가 있어. 왜 있잖아 정민이 사촌동생 거기서 졸업앨범 좀 빌리고 싶어.좀 데려다 줘."

태호는 또 기분이 안 좋아진 것 같았지만, 자기가 참견하면 또 내 기분이 상할까 봐 날 정민의 사촌동생에게 데려다 주었다.

 

집에 돌아 온 나는 다시 한 번 졸업앨범을 주욱 보았다. 그리고 주소가 맞는지 확인하고 싶었다.

'김정민 공주군 교동 200번지'

틀림 없었다. 별 희한한 일이 다 있구나.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 전화가 왔다. 태호였다.

"졸업앨범 보고 있니?"

"응"

"집에 오다 생각한 건데 혹시 김정민이란 애가 또 있었던 건 아닐까?"

아차. 그럴 수도 있겠구나.난 전화를 끊자마자 앨범을 처음부터 다시 찾아보았다.

정민의 얼굴이 들어있는 그 반에 또 한 명의 김정민이란 이름이 있었다. 뒤에 주소록에도 역시 김정민이란 이름은 또 하나가 있었다.

이제야 모든 수수께끼가 풀렸다. 나는 다시 펜을 들었다.

 

김정민님 보세요.

이제야 모든 수수께끼가 풀렸어요.

정민님 기억나세요? 같은 반에 남자 김정민이 또 한명 있었던 것. 혹시 기억이 나신다면 아무 이야기라도 좋으니 그 애의 이야기 좀 들려주시겠어요.

편지 안 드린다고 말씀 드렸는데 죄송해요. 안녕히 계세요.

이은주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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