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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생각저생각/편지

편지(3)

by 소꾸호 2004. 1.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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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편지함을 열어보고 난 깜짝 놀랐다. 고속도로가 되어 버렸을 그 주소에서 그리고 지금은 이 세상에 없는 정민이에게로 부터 편지가 왔다.

 

이은주님 보세요.

저는 지금 감기에 걸려서 그렇게 잘 살고 있지는 못합니다.

안녕히 계세요.

 

김정민드림.

 

누구일까? 주소가 없어서 난 다시 돌아올 줄 알았는데, 누군가가 장난을 치는 것일까? 아니면 정민이가 어딘가에 살아 있는 것일까.나는 다시 답장을 보내기로 했다.

 

김정민님 보세요.

빨리 감기가 낳으셔서 다시 건강한 모습이 되었으면 좋겠네요.

동봉하는 것은 제가 애용하는 약입니다. 혹시 도움이 되셨으면 좋겠어요.

그럼 안녕히

 

이은주드림

 

나는 편지를 들고 태호가 일하는 사무실에 갔다. 태호는 조그마한 사무실을 하고 있다. 그 사고 이후 등산을 하지않는 태호는 늦은 시간에도 사무실에서 무언가를 만들며 시간을 보내곤 했다. 전화도 하지않고 간 나를 미경씨가 반갑게 맞아주었다.

"아직도 퇴근 안 하셔었어요?"

"예, 지금 갈려구요."

"사장님 계세요."

"네, 아마 좋아하실거에요."

"왜요?"

미경씨는 그냥 웃으면서 나를 안내해 주었다. 태호는 나를 좋아한다. 정민이를 소개시켜준거 태호였지만, 사고 이후 계속 내 곁에 있어주었다. 그리고 나를 좋아하기 시작했다. 나는 아직 그 마음을 받을 수 는 없지만, 웬지 상담할 것이 있으면 태호를 찾아오곤 한다. 나도 어딘가 의지를 하고 있는게 틀림이 없다. 하지만, 아직 누군가에게 마음을 열 준비가 되어 있지는 않다.

태호에게 자초지정을 이야기하고 편지를 보여줬다.

 

"장난일꺼야?"

"근데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가 있어?"

"글쎄, 한 번만 더 기다려보면 어때. 근데, 은준 나한테 정민이 이야기 말고는 내게 해 줄 이야기가 없어?" 

"어떤 이야기?"

"아직도 정민이 못 잊고 있는거야? 나는 안돼?"

"뭐가?"

"정말 그렇게 몰라. 은주 내가 좋아 하는거?"

"알아. 하지만 지금은 아닌 것 같애서. 내 안에서 정민이가 없어지면 생각해 볼께. 시간 좀 줘."

 

돌아오면서 걱정이 되었다. 내가 보낸 편지를 받은 사람은 누구일까? 그리고 어떤 마음에서 그런 답장을 쓴 것일까?

 

 

"미스주! 이 약 먹어도 괜찮을까?"

"그걸 어떻게 먹어. 무슨 약인지도 모르는데. 자꾸 장난에 말려들면 안돼."

난 주저주저 하면서 약을 버렸다. 왜 보낸 것일까. 난 다시 한 번 편지를 보내기로 마음먹었다.

 

이은주님 보세요.

이은주님은 누구세요. 제 친구중에 서울에 사는 이은주님은 없거든요. 혹시 실례가 안된다면 제가 기억나게 가르쳐 주시지 않을래요. 아무리 생각해도 이은주님이 기억이 나지 않네요.

덕분에 감기는 다 낳은 것 같습니다. 그럼 안녕히 계세요.

 

김정민드림

 

다시 보내보기로 했다. 이렇게 약까지 보낸다는 건 정말 장난인지도 모르지만, 어쩌면 어딘가에서 나를 만났는데 내가 기억하지 못하고 있는 걸찌도 몰라 실례를 무릅쓰고 편지를 다시 보냈다.

그리고 웬지 누구일까하는 기대감도 생겼고.

도서관에 취직해서 이제 일도 익숙해졌고 새로운 자극이 필요했기 때문일까. 어쨌든 기다려 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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