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 오전은 각 반별로 모여서 그동안 암기한 내용 서로 확인하며 점검하는 시간이었다.
암기 책자에는 목록별로 번호가 붙어있어서 1번에서 20번까지 있는데, 저녁때 실제테스트에서는 임의로 번호를 부르게 된다.
예를들어, 8번이라고 하면 8번에 정리되어있는 항목을 외워서 다 맞으면 통과가 되는 식이다.
사전에 번호를 가르쳐주지 않기 때문에 1번부터 20번까지 전부를 외워두고 있어야 한다.
연습 때는 짝을 져서 서로가 외운 것을 점검하여 어떤 번호가 나오든 당당하게 외울 수 있어야 하는데, 나는 원래부터 암기력이 안 좋기도 하고, 잠도 남들보다 푹 수면을 취했기 때문에 뒷번호로 갈수록 헤매고 있었다.
결국 보다못한 담임선생님이 나를 부르시더니 너는 앞부분에서 번호가 나오게 해 줄테니, 1번부터 10번까지만 중점적으로 외우도록 해라 ^^;;;; 라고 친절하게 도와주셨다.
스타일이 구겨질대로 구겨진 나.
우리 반의 최대 관심사는 내가 과연 심사를 통과하여 수료증을 받아서 학교로 돌아갈 수 있을 것인가하는 문제.
오후가 되어 전 입소생이 모여, 한명씩 발표를 시작하였다.
4번암기해주세요, 20번 암기해주세요. 다들 깔끔하게 암기하고 자리로 돌아와 앉는데 드디어 내차례.
선생님께서 잘 준비를 해주신건지 내가 암기해야할 항목은 5번. 앞쪽 번호가 불려진 덕분에, 나도 다른 친구들처럼 훌륭히 암기를 잘 할 수 있었다.
내가 끝나고 합격소리를 듣자 우리반 아이들은 박수를 치고 너무 좋아해줬다. 지금 생각해도 얼굴이 화끈 거리는 일이다.
그렇게 마지막 순서가 끝나고 이제 아무 부담없이 친구들과 보내는 마지막 밤.
한주간에 추억을 이야기하면 신나게 떠들다 금요일 밤이 깊어가는 것도 알지 못했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이제 하루만 자면 친구들과 헤어진다는 것을 알자 아쉬움이 몰려들었다. 친구들과 편지를 하기로 하고 서로의 수첩에 주소를 적어주며 꼬옥 다시 만나자고 다짐다짐을 하였다.
그리고 토요일 아침.
각 지방별로 교육청에서 준비해 준 버스들이 대기하고 있던 정문앞은 그야말로 울음바다가 되었다. 뭐가 그리 아쉬웠을까... 친구들과 마지막으로 기념 사진도 찍고, 버스가 출발하는 걸 손을 흔들어주며 그렇게 꿈같은 일주일이 끝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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