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일상으로 돌아오고 얼마 지나지 않아 전국에서 여러통의 편지가 도착했다.
잘 지내냐고? 학교에 들어와서 수련회 이야기를 많이 했다고, 공부 열심히해서 대학에서 만나자고.. 그런 이야기들이 각 친구의 개성대로 잘 표현이 되어있었다.
그 중에 가장 나를 가장 기분 좋게 했던 것은 대전에서 온 편지.
수련회중에도 나를 참 좋아해주는구나 라는 느낌을 받았었고, 나도 진실하고 솔직한 친구라는 생각에 자꾸 신경이 쓰였던 친구였었는데 편지가 온 것이다. 몇번을 읽고 또 읽고, 답장을 보냈다.
이사를 너무 많이 다니느라 지금은 다 없어져버린 편지속에 어떤 내용이 적혀있었는지 잘 기억이 나지 않지만,
그냥 공부하는 이야기, 살아가는 이야기 그런 이야기들이 적혀있는 편지를 서로 보냈던 것 같다.
편지를 통해서 수련회 기간에는 알지 못했던 서로에 대해서 많이 알게 되었다.
그 친구의 편지는 이쁜 글씨에 문학소녀의 느낌을 주는 그런 편지였고,
나는 전혀 문학적이지 않았지만, 어떻게든 웃기게 쓰려고 노력했던 것 같다. 천성이 그런 것 같다 ^^;;
여름방학이 되기 바로 전 편지가 왔다. 이번에 친한 친구와 서울에 갈 일이 있는데 혹시 만날 수 있을까?라고.
너무 반가웠던 나는 일이 끝나는 시간에 맞춰서 얼굴 한 번 보자고 바로 답장을 보냈다. 그 때는 전화도 쉽게 하기가 어려웠기 때문에 그냥 편지로 약속을 정하는 수 밖에는 없었다.
만나기로 한 곳은 고속터미널 앞 뉴코아 백화점
외부건물에 장식되어 있던 리본아래. 내가 선물이 되어 서 있겠다고 떠벌렸던 온 몸이 오그라드는 기억. ^___^
그렇게 고3 뜨거웠던 여름방학에 잠시 반년만에 재회를 하였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이런저런 밀린 이야기들을 하며 수다를 떨었다. 같은 반이었던 친구가 자기를 만나러 대전까지 왔었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는 다른 사람도 이 친구를 좋아하는데, 이 친구는 나를 더 좋아한다는 그런 묘한 기쁨을 느끼기도 했다.
차 시간이 다 되어, 대전가는 버스에 몸을 실은 친구의 모습을 창밖에 서서 손을 흔들어 주며 배웅을 했다. 첫 번째 때처럼 악수를 하고 버스에 올랐는데 차안에 있던 친구는 살짝 눈물을 보였다. 나도 마음이 왠지 짠했다.(눈물이 많던 친구였으나 지금은 하품할 때 이외에는 잘 울지 않는다 ^_^
그리고 또다시 일상으로 돌아갔다.
나는 나대로, 친구는 친구대로 그렇게 각자의 삶을 살았다. 그리고, 1987년 12월 22일 (화) 대입학력고사의 날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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