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 오면서 잠시 교보문고를 들렀다. (아드님은 유희왕카드 길드 정기모임이 있다고 놀러갔다 ^^;;;)
유홍준의 제주도 책을 보다가 도저히 지역의 감이 없어서 책장이 잘 안넘어가길래 지도를 한 번 보면서 봐야겠다라고 해서 갔는데 딱히 볼 만한 지도가 보이지 않았다. 구글이랑 블로그랑 이것저것 합쳐서 보면 뭐 그럭저럭 지리관계는 이해할 수 있을 것 같기도 하여 다른책들을 이 책 저 책 둘러보다 한권을 들고 나왔다.
현기영의 "순이삼촌".
제주도에서는 형님, 누님, 아주머니, 아저씨, 할아버지, 할머니 같은 호칭은 엄격하게 자신의 진짜 살붙이에만 사용을 하고 나머지는 모두 삼촌이라고 부르는데 "순이삼촌"은 순이의 삼촌을 가르키는 말이 아니라 순이이라는 이름을 가진 피붙가 아닌 아주머니를 뜻하는 말. (책에서 참고)
4월3일의 사건때 죽임을 당한 시체속에서 다음날 살아나왔다가 30년뒤 그 자리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는 내용을 소재로 43사건을 구체적으로 묘사하였는데,
소설의 주인공이 옛날을 회상하면 적은 글이 참 인상적어서 잠깐 소개를 한다.
“한날한시에 이집 저집에서 터져나온던 곡소리. 음력 섣달 열여드렛날, 낮에는 이곳저곳에서 추렴 돼지가 먹구슬나무에 목매달려 눅는 소리에 온 마을이 시끌짝했고 오백位(위) 가까운 귀신들이 밥 먹으로 강신하는 한밤중이면 슬픈 곡성이 터졌다”
홀로코스트나 대형사고가 일어나게 되서 온 동네사람의 기일이 똑같아진 모습을 어떻게 이렇게 슬프게 묘사할 수 있을까?
1948년 4월 3일의 사건을 소재로 쓴 유명한 소설. 1941년생 제주 출신작가(내 친구의 모교고등학교선생님이기도 했음)가 아마 자신의 유년기에 겪었을(직접인지 간접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1978년 창작과 비평에 소설로 발표하였고 이듬해 1979년 보안사에 끌려가 모진고문을 받게된 계기가 된 책이기도 하다.
그리하여 제주도 여행의 하루는 다랑쉬오름이랑, 43유적지를 가보기로 결정!!! (언제 바뀔지 모름 ^_^)
중편소설이라 양이 그렇게 많지 않은데도 꽤 오래 천천히 읽었다. 오랜만에 서둘러서 책장을 넘기지 않았는데 요즘에는 책을 읽어도 빨리 끝내야지하고 뭔가 쫓기는듯 읽어버리는 경향이 있어 나중에 기억도 잘 나지 않는다. 나이탓도 있겠지만..너무 이것저것 하려고 욕심부리지 말고 할 수 있는 것들 좀 엄선해서 하며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세상에 재밌는 일들이 너무 많아서 문제야 ^_^;;;
그나저나 우리아들은 언제오려나... 고등학교가면 공부하겠다고 했는데 믿어도 되려나 모르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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