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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

쥬니버에 올린 아빠의 편지

by 소꾸호 2005. 10.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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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에 보니 쥬니버에서 편지 보내기 행사를 하더라..

그래서 몇자 적었다. 오랜만에 사랑하는 아내와 아들을 생각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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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승연아

보통아빠와는 다르게 매일 늦게 들어와서 할머니집에 거의 맡겨놓다시피 하는게 참 미안해.
할머니, 할아버지께서 승연이를 많이 많이 사랑하셔서 승연이가 하나도 외롭지 않게 해 주시는 게 많이 위로가 된단다.
승연이 엄마가 승연이랑 같이 있고 싶어하는 것을 아빠가 많이 많이 느끼는데도 응원해 주지 않는 것도 참 미안해.

승연이, 엄마, 할머니할아버지 전부 불평 한 마디 없이 너무 너무 이쁘게 살아가주는게 아빠한테는 너무 많은 힘이 된단다.

오늘은 아빠가 승연이를 특별히 사랑하는 이유를 적어보려고..

첫째, 승연이는 아빠가 사랑하는 엄마의 외모를 많이 닮았단다.
가끔 승연이의 웃는 얼굴을 보면 엄마의 쓴 웃음짓는 얼굴이랑 너무 많이 닮아서 놀래곤 해. 엄마랑 아빠는 고등학교 2학년 겨울방학때 만났는데 대전에 살던 엄마가 3학년 여름방학때 서울에 잠깐 올라와서 대전으로 돌아갈 때 고속버스터미날에서 울던 모습이 오래오래 마음에 남아 있었단다.

둘째, 승연이는 아빠가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엄마의 머리를 많이 닮았단다. 아기때부터 선생님이 앞에서 이야기하는 것을 듣지 않는 척 하다가 집에 와서 그대로 해버리는 승연이. 태권도의 동작을 하나도 놓치지 않고 따라하는 승연이. 엄마는 기억력이 무지 좋아서 새마을 수련회에서 아빠가 잘 외우지 못하던 새마을정신을 너무나도 멋있게 외웠단다.

셋째, 승연이는 아빠가 가끔 화가나는 엄마의 무뚝뚝함을 많이 닮았단다. 승연이는 경비아저씨한테도 인사도 잘 하지 않고, 엘리베이터에서 만난 사람들이 귀엽다고 해도 웃지도 않고 그러지. 엄마도 아빠 친구들을 만날 때도 다른 사람들처럼 끼어들지 않고 혼자 묵묵히 있고 시댁식구들 한테도 살갑게 하거나 그러진 않는단다. 그런 무뚝뚝함이 아마 멋있어 보여서 아빠는 결혼을 했는지도 몰라. 그걸 꼭 빼닮은 승연이는 쿨해서 너무 멋있어 보인단다.

넷째, 승연이는 아빠를 감동시키는 엄마의 문학소녀모습이 그대로 들어있단다. 한마디 한마디를 할 때마다 아빠를 감동시키는 승연이게 아빠는 판사가 되어서 사람을 감동시키는 명문의 판결문을 만들어내길 내심 바라곤 한단다. 지금은 다 사라져버린 엄마가 아빠에게 보내준 편지들은 아빠에게 많은 용기가 되곤했단다.

다섯째, 승연이는 아빠를 많이 많이 사랑하는 엄마처럼 아빠를 많이 많이 사랑해 주고 있잖아. 아빠를 많이 보지는 못하지만 아빠를 아빠로서 대해주는 승연이에게 피의 진함을 느끼곤 한단다. 승연이와 만나는 시간이 많이 없듯이 엄마를 보는 시간도 많지는 않지만 아빠가 하는 일에 잔소리 하지 않고 끊임없이 기다려주는 엄마의 마음이 아빠에게는 커다란 바위처럼 흔들리지 않는 좋은 아내로 보인단다. 승연이에게도 마찬가지로 현명한 엄마로 느껴질거라고 믿어.

앞으로 험난한 세상을 향해 나아갈 승연이가 많이 걱정이 되긴 하지만 엄마 아빠의 아들이기 때문에 몸도 마음도 건강하게 자라 줄 거라고 믿어.
건강하게 자라서 승연이아빠와 승연이엄마가 이 세상을 자랑스럽게 살고 갔다는 증인이 되어 주길 두 손 모아 부탁한다.

2005년 10월의 어는 늦은 밤에 아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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