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말부터 2월초는 자주 진수를 볼 수 있었다.
1월 30일은 고등학교 졸업식. 재수선행반기간이기는 했지만 참석하지 않으면 후회할 것 같아, 선생님께 졸업식만 참석하고 들어가겠다고 양해를 구하고 잠시 외출을 하여 졸업식에 참석하였다. 졸업식 며칠 후는 또 구정연휴. 학원스케줄도 구정은 휴식으로 되어있어, 학원에서 나와 여느 명절처럼 할아버지, 할머니에게 세배도 하고, 작은아빠네 집들이도 하면서 구정을 보냈다.
그렇게 재수선행반은 마지막이 구정과 시기가 겹치면서 마무리가 되었고, 선행반이 마무리되면서 새로운 재수정규반이 시작되었다. 선행반은 아직 대입결과가 확정된 시점이 아니다보니 미리 재수를 정한 친구들만 입소를 했었는데, 정규반이 개강할 때는 대입결과가 거의 정해진 시점이다 보니 사람이 훨씬 많아지게 되었다. 정규반 시작과 함게 반편성시험을 보게되었다. 이 반편성시험과 지난해의 수능시험성적을 종합하여 새로운 반이 구성되었다.
다른 학원의 경우, 반편성이 완료되면, 그 반으로 해당 과목 선생님들이 시간표에 맞춰 들어와서 가르치는 시스템인데, 이 학원은 같은 반 교실에서 학생들이 앉아서 자습을 하다가 자기가 선택한 강의를 들으러 강의실에 가고 강의가 끝나면 다시 교실로 들어와서 자습을 하는 방식의 새로운 스타일의 학원이었다.
진수가 들어가게 된 반은 7개반 중 가장 성적이 낮은 반. 진수도 학교에서의 성적이 그렇게 나쁜편은 아니었는데 학원이 최상위권 남학생 기숙학원을 지양한다고 선전을 하는 만큼 하는 공부잘하는 친구들이 많은 모양이었다. 수능시험을 잘 보는 것이 목표이니 지금 어떤 반에 들어가는 것이 무슨 상관인가 생각을 하면서도 공부잘하는 반이 아무래도 조금 더 면학분위기가 좋을 것 같은 막연한 기대때문에 내심 조금 더 상위반으로 배치되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그렇지 못해 조금 아쉬웠다. 그렇지만, 학원에 공부잘하는 친구들이 많으니 분위기는 좋겠지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이제부터 본격적인 재수시작.
반편성과 함께 같은 방 친구들도 전부 다 바뀌게 되었다. 같은 반 친구들끼리 방을 같이 쓰는 시스템이라 학원에 같이 들어간 친구와도 결국 다른 방이 되었고, 새로운 룸메이트가 생겼다고 한다. 새로운 친구들은 프로게이머를 목표로 하던 친구도 있었고, 지방에서 과학고를 나온 친구도 있다고 알려주며, 진수는 대치동에서 가까운 곳에서 온 아이라 대치키드라고 친구들이 부른다고 알려주었다.
퇴근하고 집에 들어가니 평일인데 진수에게서 전화가 왔었다고 진수엄마가 알려주었다. 무슨일이라도 생겼냐했더니 같이 들어간 고등학교친구가 학원을 퇴소했다고 한다.. 친구는 기숙학교에서 관리받으면서 공부하는게 잘 체질에 맞지않는 것 같으니 집에서 학원다니면서 스스로 준비하기로 했다고 한다.
가슴이 철렁했다. 처음에는 기숙학원에 가는 것을 내가 반대했지만, 한 달 반 정도지내면서 생활하는 이야기를 들어보니 진수는 약간 강제로 하는 것이 더 맞는 것 같아 안심하고 있었는데 친구때문에 흔들리는 것 아닌가하고 걱정이 많이 되었다.
마침 진수가 병원에 방문할 일이 생겨, 학원에 양해를 구하고 평일에 한 번 나오도록 하였다. 좋아하는 회를 사주며 한 번 마음먹은 것 끝까지 가보라고 응원을 해주었다. 주말에 통화를 할 수록 조금씩 새로운 친구들과도 친해져가는지 목소리가 조금씩 밝아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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