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에서 높은 점수를 얻은 친구들은 한단계 윗 반으로 올라갈 수 있는데 진수도 이번에 대상이니 상위반으로 옮기는게 좋겠다고 학원으로부터 연락이 왔다. 승반을 하게되면 방도 옮기는 반의 친구들이 쓰는 방으로 옮겨야 한다고 한다. 진수에게 물어보니 어차피 수업은 자기가 선택해서 들을 수 있고, 지금도 자습실 분위기가 나쁘지 않으니 본인은 옮기고 싶지 않다고 한다.
진수는 원래부터 새로운 걸 받아들이는데 조금 오래 걸리는 아이이다. 학원에 이제 겨우 적응을 했고, 방 친구들과도 많이 친해졌는데 또 새로 적응을 해야한다는 것이 싫었던 것 같다.
담임선생님은 의무사항은 아니지만 아무래도 조금 더 잘하는 반이 자극도 되고 더 좋을 수 있다고 추천해주셨지만, 선생님께 진수의 특성에 대해 이야기하고 본인뜻대로 해 줬으면 좋겠다고 말씀을 드렸다. 결국 이 학원을 나올 때까지 처음 들어간 반에서 끝까지 공부를 하게 되었다.
한 달에 한번씩 치러지는 모의고사를 보면 며칠 후 집으로 성적표가 우편으로 도착했다. 시험을 보기전에 진학하고 싶은 학교와 전공 세 곳을 쓰는 모양인지, 성적표에 이 때 지망한 학교, 학과가 이번 모의고사 점수로 합격이 가능한지, 만약 어렵다면 몇점 정도가 부족한지에 대한 설명이 표시되어있었다. 성적표에 적혀있는 학과를 보며 우리 아들이 이런 걸 하고 싶구나, 이런 대학을 목표로 하고 있구나라는 것을 아는 것도 하나의 큰 즐거움이었다.
생각해보면 아들이 좋아하는게 뭔지, 꿈이 뭔지 이런 이야기를 해 본 적이 없는 것 같다. 내가 아들에 대해 알고 있는 것은 고등학교 1학년 학교행사때 부모님을 모셔놓고 자기꿈을 발표하는 자리가 있었는데, 그 때 생물학자가 되고 싶다는 이야기를 했던 것과 고3때 대학원서를 작성할 때 전자과, 화학과, 생물학과등을 썼던 것 정도로만 알고있었다.
처음에는 작년입시 때 선택했던 전자나 생물학과가 써있었는데, 점점 취업이 잘된다는 사이버국방학과, 자동차학과같은 과들로 지망학과가 변해가기 시작했다. 학원에서는 주말에 특강으로 진로지도나 심리지도를 해 주는 프로그램이 있었는데, 이런 특강의 시간들이 진수에게는 여러가지 진로를 생각해보게 해주는 계기가 되었던 것 같다. 지금 돌아보면 성적이 조금 오른 것만큼 의미가 있는 시간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6월이 되었다.
6월 모의고사는 수능시험을 주관하는 평가원에서 출제하여 전국의 고3, 재수생들이 전부 일제히 테스트를 하는 시험이다. 그 해의 수능시험의 방향을 알 수 있는 시험으로 수험생사이에서는 매우 중요한 시험으로 여겨진다.
6월모의고사가 끝나면 이 점수를 가지고 담임선생님이 부모님과 면담을 하는 프로그램이 예정되어있었는데, 그 전까지 계속 상승세를 보이고 있던 진수는 아쉽게도 이 시험에서는 기대했던 만큼의 성적이 나오지 않았다. 나름대로 부모님이 오시는 달이라 조금 더 잘보고 싶다는 욕심이 들었던 걸까?
어쨌든 처음으로 진수의 담임선생님과 면담하는 시간을 갖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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