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수가 휴가나오는 날이면 학원으로 진수를 데리러 갔는데, 그 때마다 담임선생님과 간단히 인사를 나누기는 했다. 그렇지만 진수가 학원에서 어떻게 지내는지 들어 볼 기회가 없었는데 학원에서 부모님들과 면담하는 프로그램을 준비해주었다. 진수의 생활태도와 연결하여 모의고사 성적변화도 같이 보며 담임선생님과 상담을 하는 프로그램이었다.
자식을 가장 모르는 것은 부모님일지도 모르는 생각이 들었다. 선생님이 이야기하시는 진수의 모습은 나랑 진수엄마가 알고 있고 상상하던 것과는 전혀 다른 모습의 이야기였다.
진수는 점심도 10분만에 먹고 나머지 시간에 계속 공부를 하고, 토요일 자유시간에도 계속 공부를 하여 오히려 선생님께서 조금 쉬면서 해야 오래버틸 수 있다고 조언을 해 주신다는 내용이었다. 또한 반 친구들과도 잘 지내는데, 화학과목을 특히 잘해서 친구들이 많이 물어보는데 친구들에게 알기쉽게 잘 가르쳐준다는 것이었다. 최근의 6월 모의고사성적은 그 전 모의고사들보다는 조금 안 나오기는 했지만, 크게 문제될 정도는 아니고, 진수의 생활하는 것을 봤을 때 분명히 훨씬 더 올라갈 수 있다는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고 이야기해 주셨다.
마지막에 선생님은 주소를 학원으로 옮겨서 학원근처에서 수능시험을 보면 어떻게냐고 제안을 해주셨다. 평소의 생활환경이 바뀌지 않게 수능시험날도 평소처럼 학원에서 일어나서 학원에서 수능시험을 보는 것이 컨디션을 유지하는데 더 도움이 된다는 설명이었다.
일리가 있는 것 같아 면담이 끝나고 진수에게 선생님말씀대로 해보는게 어떻겠냐고 물어보니 본인은 집에서 자고 집근처에서 보고 싶다고 이야기를 했다. 작년에 쉬는 시간에 친구들과 답을 맞춰보고 나서 많이 틀린 것을 알고 2교시부터 집중이 잘 안되서 더 시험을 망친 것 같아 이번에는 아는 사람이 별로 없는데서 시험을 보고 싶다고 했다. 본인에 대해서 가장 잘 아는 것은 진수 자신일테니 알겠다고 이야기하고 선생님께는 진수의 뜻을 전해드리고 면담을 마무리했다.
면담 후 집으로 돌아오는 차 안에서 진수가 이제 스스로 자기 미래를 준비하기 시작한 것 같다며 진수엄마와 기분좋게 집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진수에게도 학원생활에 요령이 생기기 시작했다. 필요한 문제집이 있으면 연락시트에 교재를 적어서 담임선생님께 전달하고 담임선생님이 그걸 사진으로 찍어서 진수엄마에게 보내주는데, 간식같은 게 먹고 싶으면, 이 연락시트에 조그맣게 어떤 과자를 사서 같이 보내달라고 메모를 해 놓기도 했다.
일주일에 한 번 편지를 보내는 일과 학원에, 택배를 보내는 일은 나의 역할이었다. 문제집같은 경우는 진수엄마가 바로 인터넷서점에서 학원으로 배송이 되게 하는데, 과자나 학용품같은 경우는 바로 보내기가 어려워 진수엄마가 구매를 해오고, 준비해 준 것은 내가 택배로 보내주는 역할을 담당했다.
어느날은 진수엄마가 갑자기 아파서 밤에 병원에 가게 되었는데, 그 이야기를 편지에 써서 보자, 편지를 받은 날 저녁 평일이었는데도 불구하고 진수에게 전화가 왔다. 선생님께 집에 급한일이 생겨서 전화를 드리겠다고 부탁을 했다고 한다. 학원에 처음 들어갔을 때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는데, 특별한 일이 생기면 평일날 전화도 할 수 있게 학원에 잘 적응을 하게 되었다.
기숙학원도 지내보니 다 사람사는 곳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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