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째 날은 느긋하게 일어나서 출발 준비를 하였다. 이 날 숙소는 하회마을로 정했기 때문에 짐을 다 다시 정리하여 체크아웃을 하였다.
안동에서 맘모스제과라는 유명한 빵집이 있다고 하여 아침식사는 그곳에서 하기로 하고 이동을 하였다. 이동하면서 먹을까 하다 일정이 빡빡한 것도 아니고 해서 빵집에서 아침을 먹었다. 나보다 한세대 앞에 사신 분들은 빵집에서 이성친구들과 만남도 가졌다고 하는데 역사와 전통의 고장인 안동이니 한 번 한세대 앞선 분들의 체험을 해 보는 것아 나쁘지 않았다. ^_^
크림치즈빵이 시그니처메뉴라고 하여 크림치즈빵도 사고 이것저것 사봤는데 아침 치고는 너무 많이 산 것 같다. 그나저나 왜, 안동에 빵집이 유명한 거지?
아침부터 비가 부슬부슬 오고 있었지만 많이는 내리지 않아 큰 불편 없이 시원하게 이동할 수 있었다. 아침 식사를 마치고 40분 정도를 이동하여 서애 류성룡이 후학을 양성했던 병산서원을 방문하였다. 이곳도 어제 방문했던 도산서원과 함께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지정된 곳이었는데 도산서원보다 규모는 작았지만, 서원으로서의 느낌은 훨씬 잘 느껴졌다.
특히 서원 앞을 흐르는 낙동강과 하나가 되어 매우 고즈넉한 분위기의 풍기는 느낌의 서원이었다.
안동을 가기 전에 본 알쓸신잡 안동편에서는 이 만대루에서 낙동강 앞을 볼 수 있었는데, 실제로는 들어가지는 못하였다. 그렇지만, 병산서원의 강당보다도 이 만대루에서 보는 모습이 훨씬 아름답고 인상 깊었다.
다음 장소로 이동하려고 하는데, 초등학생 2명을 데리고 온 어머니가 버스시간까지 너무 많이 남아서 버스가 다니는 입구까지 태워줄 수 있겠냐고 말을 걸어주셨다. 흔쾌히 아이 두 명과 어머니를 뒷자리에 태우고 다른 버스 탈 수 있는 정류장까지 안내를 해드렸다. 이것저것 물어보시길래 내가 마치 안동사람이라도 된 것처럼 답을 해드렸다. 차도 없이 대중교통으로만 자녀 2명을 데리고 이동하며 여행을 하고 있는 모습이 되게 조금 놀라웠다.
점심메뉴는 수요미식회에 나온 해장국으로 정하였다. 옥야식당이라는 해장국 식당인데 신시장에 위치해있다. 다시 안동시내 중앙신시장에 있는 옥야식당으로 이동을 하여 점심식사를 했는데 먹으면서 수요미식회에 나올 만큼 유명하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아내도 맛있게 잘 먹었다. 4인 테이블에 2명이 앉아있는데도 나란히 앉으라고 안내를 하고 맞은편에 다른 2명을 또 앉혀야 할 만큼 유명한 집이었다.
식사를 마치고 첫째 날 충동구매를 하여 구입하고 수선을 맡긴 안동 구시장으로 이동을 하였다. 바지를 찾은 후에 오늘의 메인 목적지인 하회마을로 이동을 하였다.
하회마을은 마을 입구까지만 차로 갈 수 있고, 마을 입구부터 실제 마을까지는 셔틀버스로 이동을 하여야 한다. 우리는 오늘 숙소를 하회마을 안에 잡았기 때문에 차를 가지고 마을까지 들어갈 수 있었는데, 숙박을 하는 사람도 5시 30분 이후부터 진입이 가능하다고 하여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셔틀버스를 타고 하회마을로 들어갔다.
2시부터 하회마을 내 상설공연장 별신굿 탈춤이 열리는데 우리가 방문한 날은 비가 와서 취소가 되는 것이 아닌가 계속 걱정을 하였다. 다행히 실외 공연에서 실내 공연하는 것으로 변경이 되었다고 하여 아쉬운 채로 실내공연을 감상할 수 있었다.
공연이 끝나고 다시 주차장으로 이동하여 차를 타고 이번에는 서애 류성룡이 징비록을 집필하고 후예가 살고 있는 옥연정사를 방문하였다. 오늘 숙박 예정인 곳도 류 씨 가문의 후예이고 내가 좋아하는 유시민, 작가 배우 유시원 등도 같은 가문 사람들이라 왠지 정겹게 느껴졌다.
옥연정사에서 하회마을을 내려다볼 수 있는 언덕 부용대로 이동을 하였다. 올라오기 전에 하회마을 쪽에서도 부용대 쪽을 보고 올라왔는데 이곳에서는 하회마을 전경이 다 한눈에 보였고 아내와 오늘 숙박할 장소를 지도에서 찾아보기도 하였다.
하회마을 주변 구경을 마무리하고 이제 하회마을 안으로 이동을 하였다. 5시 30분 이후부터는 하회마을까지 자동차로 진입이 가능하여 셔틀버스로 갈아타는 주차장을 지나쳐서 오늘 숙박하기로 한 화경당 앞까지 차로 이동을 하였다.
화경당은 하회마을의 북촌에 있어 북촌댁이라고도 불리는 고택이다. 1797년 정조 21년에 건물이 세워지고 1862년에 제 모습을 갖춘 220년 된 고택으로 석호 류도성 (내 이름과 이분의 호가 같아서 아내가 매우 좋아했음) 이 현재의 형태로 만든 곳이었는데 알쓸신잡 안동편에서 4명의 출연진들이 이야기를 나누던 곳이라 꼭 한 번 방문해보고 싶었다.
오늘 우리가 하룻밤을 보낼 곳은 須愼窩(수신와)라는 방. 모름지기 須, 삼갈 愼, 움막 窩: 어려운 이웃을 의식해 언제나 삼가면서 겸손하라는 뜻의 이름을 가진 방이다.
짐을 풀고 잠시 휴식을 취하고 있으니 저녁식사를 하라고 주인장께서 부르러 오셨다. 숙소에서 준비해 주는 양반집의 저녁식사다. 밖의 식당처럼 엄청나게 화려한 차림은 하니지만, 반찬 하나하나가 정갈하고 고급스러워 아내와 맛있게 저녁식사를 하였다.
식사 후, 하회마을 북쪽의 이곳저곳과 낙동강 강변을 산책하니 내가 마치 이곳에 살고 있는 처럼 느껴져서 기분 좋은 시간을 보낼 수가 있었다.
숙소로 돌아가니 TV도 없어 금요일 밤에 자주 보던 나혼자산다도 볼 수가 없었다. 그러다 보니 아내와 마루에 걸터앉아 결혼한 지 20년이나 되었다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한참 하다 씻고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다행히 어제 늦게까지 영화도 보고 오늘도 하루 종일 돌아다닌 상태였고, 이불도 너무 깨끗하고 좋아서 푹 잘 수 있었는데, 어쨌든 시골분들이 왜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는지 잘 이해가 되었다.
그렇게 2번째 날을 마무리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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