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번째 날.
이날 부터는 승연엄마도 합류하여 유홍준선생의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제주도" 편의 앞부분을 중심으로 동북쪽인 조천과 구좌쪽을 돌아보았다.
1. 아침 화장실에서 볼일을 보며 웹서핑을 하다 발견한 식당 '동도원'. 요즘에는 블로그등의 맛집소개등을 잘 믿지 않게 되어서 별 기대없이 갔는데 완전 100점짜리 식당. 아침식사 1인분에 12,000원의 가격이지만 '해물된장찌게', '옥돔구이', '고등어조림' 이 적당히 세트로 나오는 메뉴인데 구성도 좋고. 맛도 너무 좋았다.
2. 아침을 먹고 오늘의 첫 일정은 '한라산 산천단'.
원래는 매년 백록담에서 제사를 지냈는데 조선시대 제주목사 이약동이 이곳에서 제사를 지낼 수 있게 했다고 하는 터와 흑송 8그루가 남아있다. 어제 한라산을 등반하고 온 나는 여기서 제사를 지낼 수 있게 바뀐게 얼마나 큰 일이었는지 완전 느낄 수 있었다고 말하자 승연왈 "어차피 그분은 가마타고 올라갔을텐데...". 시크하기 이를데 없는 중3.
천연기념물 곰솔(흑송) 8그루가 있다고 하는데 아무리 세어봐도 6그루밖에 보이지 않아 헤매고 있었더니 옆에서 구경하던 분이 우리 이야기를 들으시고 두그루는 뒤에 있다고 알려주셔서 궁금증을 해소 시켜주셨다. 감사합니다 ^^
천연기념물 흑송앞에서 아들에게 잔소리하고 있는 엄마.
산천단에서 제사를 지낼 수 있도록 만든 제주목사의 비.
3. 와흘리의 본향당.
본향당이라 함은 제주의 마을마다 있는 신당인데 그 중에 팽나무와 소지가 유명한 와흘의 본향당을 방문해 보았다. 일본사람들은 소원을 적어 나무에 걸고 기도를 하는데 제주도 사람은 소지를 마음에 대고 소원을 종이에 복사(?) 한 후 이 팽나무에 걸어놓는다고 한다. 직접적으로 글을 적지 않고 자신의 마음을 소지에 담아서 걸어놓는다는 것이 웬지 시적이고 멋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방문해 보았는데 관광지는 커녕 어디에 위치해있는지도 모를정도로 조그만 신당이었다. 들어가지도 못하게 되어있어 밖에서 구경만 하고 제주의 민속신앙의 분위기만 느끼고 돌아왔다. (그렇다고 나빴다는 뜻은 아니다)
본향당앞에서 오랜만에 부부사진.
팽나무에 걸려있는 소지.
모자지간인지, 친구사인지 잘 구분이 안되는 모습 ^^
4. 조천 연북정.
조천은 제주의 오래된 항구로 예전에는 육지로 연결되는 관문이기도 하였다고 한다. 이 곳에 북쪽(임금님이 북쪽에 계시다는 뜻. 북한이 아님^^)을 사모한다는 의미로 바라보고 있는 정자가 있는데 이 정자가 "연북정"이라는 정자이다. 일부러 방문했는데 공사중이라 분위기도 제대로 느끼지 못했다. 못가봐서 아쉬울 정도의 곳은 아니지만 계획대로 안되니 웬지 조금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5. 아쉬움과 배의 허전함을 달래기 위해 신촌리의 덕인당 보리빵집을 방문하였다. 유홍준교수님께서 맛있다고 하셔서 종류별로 하나씩 사보았는데 교수님과 처음 세대차이를 느껴봤다. 담백한 맛은 있지만 엄청 맛있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는데 이런 세대차이가 오히려 유홍준교수님을 조금더 인간적으로 느끼게 해주었다. 가볍게 시식하고 오늘의 메인방문지 다랑쉬 오름으로 이동하였다.
밖에서 본 덕인당의 모습.
보리빵. 연세가 조금 있으신 분은 좋아하실 것도 같다. 나는 연세가 없어서.. ^^
6. 그 다음에 방문한 곳은 오름의 여왕이라고 불리는 다랑쉬오름.
이곳에 도착하니 12시를 조금 넘은 시각. 정상에 다녀오려면 얼마나 걸리나하고 물어보니 1시간 30분정도는 예상해야 한다고 한다. 어제 등반후유증에 에어컨을 키고 잔 덕분에 감기로 차 뒷자리에서 골골대고 있는 아들이 2시까지 밥을 안 먹는다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기 때문에 가장 가까운 마을로 가서 밥을 먹고 다시 오기로 했다.
가장 가까운 마을인 송당까지는 15분정도를 갔는데 딱히 먹을 만한 곳이 별로 없었는데 딱 한군데 눈에 들어온 곳이 있었다. '웅스 치킨'. 아무래도 점심은 치킨으로 해야겠다고 이야기하니 뒤에서 동시에 '웅스 키친'이었는다라는 지적. 그렇다면 혹시 이런저런 메뉴가 있을 수도 있겠다고 생각하고 들어갔는데 너무 괜찮은 햄버거스테이크의 집이었다.
승연엄마는 맥주와 잘 어울리겠다고 생맥주까지 한잔 하며 맛있게 식사를 하였고. (나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 몸이 안 좋다고 투덜대던 아들도 이 점심으로 70%정도는 회복할 수 있었다.
다시 다랑쉬오름으로 이동하여 정상으로 올가가기 시작. 1950미터도 올라갔는데 이 정도쯤이야 아무것도 아니지. 정상에 도착하여 한눈에 보이는 제주의 동쪽바다와 바로 옆 오름들을 보니 입이 딱 벌어질 정도로 아름다운 모습이었다. .제주도의 아름다운 분위기가 한눈에 펼쳐지는 최고의 오름. 왜 오름중에 가장 멋지다는지 잘 느껴지는 광격이었다.
다랑쉬오름에서 성산일출봉쪽을 배경으로 가족사진.
정상에서 밑쪽으로 내려단 모습.
7. 이후의 스케줄을 3개나 더 준비했었으나 이러다 도저히 몸살 날 것 같아서 마지막으로 해녀박물관 한 곳만 더 보기로 하고 하도리 해녀박물관으로 이동하였다. 무식하면 용감하다고 정말 너무 무리한 스케줄을 짰던 것 같다.
하도리의 해녀박물관에서도 자세한 동영상을 곁들인 설명으로 해녀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좋은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물질을 하러 다른 나라까지 원정까지 다녀오기도 한다는 것을 이야기를 듣고 깜짝 놀랐는데 이런 설명을 볼 수 있는 박물관내 프로젝터가 다 Panasonic제품이라 더 기분이 좋았다.
박물관앞 정원에서 한 컷.
오늘 박물관에서 알게 된 단어 '숨비소리'. 숨비소리라 함은 잠수하던 해녀가 바다위에 떠올라 참던 숨을 휘파람같이 내쉬는 소리를 말한다고 하는데 우연히 오늘 저녁 페친님이 예약해주신 식당이름이 숨비소리. 만약에 여기 안들르고 갔으면 식당이름이 참 희한하다라고만 생각했을텐데...
항상 생각하지만 세상은 딱 아는만큼만 보이는 것 같다.
8. 다들 너무 지쳐서 나머지 일정은 다음을 기약하기로 하고 제주시로 일단 돌아왔다. 숙소로 돌아와 30분정도 잠깐 휴식을 취하고 마지막 저녁의 만찬을 위해 식당 '숨비소리'로 이동했다. 용두암에서 가까운 곳이었는데 제주바다가 보이는 멋진 자리를 내어주셔서 마지막 밤에 어울리는 맛과 분위기를 즐길 수 있었다.
다음은 여름휴가 때나 가족여행을 갈 수 있겠지. 같이 나온 게장이 너무 맛있다고 부모님 사다드리자는 착한 마눌과 회 하나를 집어먹고 "음식을 먹고 맛있다는 말이 아니라 웃음이 나오는 건 처음" 이라고 극찬하는 유머러스한 아들. 그리고 이 모든 것을 뚝딱뚝딱 기획한 나. ^__^ 행복했던 저녁식사를 하며 시간이 가는 걸 아쉬워했다.
가족들이 좋아하니 나도 참 기분이 좋았다.
이렇게 제주에서의 마지막 밤을 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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