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여름휴가 셋째날의 기록.
눈을 뜨니 비가 내리고 있다. 3일내내 비가 내릴 수도 있다는 일기예보를 보고 왔는데 다행히 마지막 날에 비가 내린다. 비가 오니 하늘도 어두운 데다가 전날 너무 피곤해서인지, 열심히 가족들을 깨웠으나 아침식사대신 그만큼 더 자겠다고 하여 어쩔 수 없이 포기를 했다.
비오는 모습이 표현되지는 못했지만 아침인데도 어둡다. 멀리 JR 시나가와역이 보인다.
그래도, 일곱번밖에 없는 식사중 한 번을 건너뛸 수는 없는 나는 우산을 쓰고 아침 먹을 거리를 찾아 호텔근처를 좀 돌아보았다. 그러던 중 출근하는 사람들이 레밍스처럼 들어가는 아침우동집에 발견하고 나도 출근하는 사람처럼 들어가서 아침식사를 완료!
원래 호텔아침식사는 비싸기도 하고 일본은 아침식사를 하는 식당들이 많아 조식은 꼭 빼고 예약을 하는데데 이번에도 그러기를 잘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진에 나오는 아침우동이 매우 맛있었다.
마지막 날은 신주쿠교엔과 도쿄대학을 방문할 예정이다. 먼저 신주쿠교엔을 가야 하는데 비가 와서 우산 쓰고 걸어야하니 계속 신경이 쓰인다. 호텔로 돌아오면서 호텔 바로 앞에 버스정류장이 보이길래 혹시나 해서 보니 바로 신주쿠교엔앞까지 가는 버스를 발견했다. 계획되로 안 되는 것도 많으니 이렇게 가끔 얻어걸리는 것도 있어야지라고 생각하며 편안하게 이동할 수 있게 되어 뿌듯한 마음으로 호텔로 복귀하였다. 이렇게 비가 오는 날 내리자마자 바로 목적지가 보이니, 가장인 나에게 많이 감사들 하겠지, 이런 생각을 하며 ^^
호텔로 돌아와서 가족들을 전부 다 깨우고, 짐도 정리하여 체크아웃 후 호텔에 짐을 맡기고 버스를 이용하여 신주쿠 교엔으로 이동하였다.
신주쿠교엔(御苑)은 한국으로 치면 비원이라고 할 수 있을까? 皇居外苑(황국외원), 京都御苑(교토교엔)과 함께 황실의 정원이었으나, 지금은 국민공원으로 개방된 곳이라고 한다. 그렇지만 사실, "언어의 정원 言の葉の庭" 이란 애니매이션에 많이 등장하는 곳이라 가보려고 했던 곳인데 직접 가보고 매우 만족을 하였다.
특히 언어의 정원에서 주인공들이 신주쿠교엔에 가는 날은 항상 비가 오는 날인데 마침 오늘 비가오는 날이니 더욱 딱 맞는 것 같았다.
신주쿠교엔에는 3개의 문이 있는데 우리는 오오키도 문쪽으로 도착을 하여 입장을 하였다.
이 문으로 들어가면 바로 중국정원쪽이었던 것 같다.
멀리 보이는 신주쿠의 NTT도코모타워가 운치를 더해준다.
티셔츠를 앞뒤로 거꾸로 입고도 프랑스정원을 배경으로 당당하게 서 있는 나 ^^;; 이 건 이후 유니클로매장에서 거꾸로 입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ㅎ
언어의 정원에서 주인공들이 이야기를 하는 곳.
언어의 정원에서 영화에서 중요하게 이야기를 이끌어 가게 되는 일본의 단가를 보게 되었다.
단가는 5,7,5,7,7 의 형식으로 되어 있는 일본의 고전시인데,
영화에 나오는
「鳴る神の 少し響みて さし曇り 雨も降らぬか 君を留めむ」
나루카미노(5) 스코시토요미테(7) 사시쿠모리(5) 아메모후라누까(7) 기미오토도메무(7)
를 지금쓰는 일본어로 하면,
「雷が少しだけ鳴り響いて、空が曇り雨が降ってくれたのなら、帰ろうとするあなたを引き留めることができるのに」 가 된다.
영화에서는
“천둥이 작게 우르릉거리니
구름을 찔러 비가 떨어지게 하면
그대를 더 머무르게 할 수 있으련만”
로 번역이 되어있기는 하지만,
무리해서 글자수를 맞춰보면 이렇게도 번역할 수 있을 것 같다.
“작은 천둥이
하늘에서 울리네
구름이 들어
비가 오지않을까
널 보내기 싫은데”
내친 김에 남자 주인공이 답가로 부른 노래까지 번역을 하자면,
「鳴る神の 少し響みて 降らずとも 我は留まらん 妹し留めば」
나루카미노(5) 스코시토요미테(7) 후라즈토모(5) 와레와도마라앙(7) 이모시토도메바(7)
일반적인 일본어로는
「雷が少しだけ鳴り響いて雨など降らなくても、わたしは留まるよ、あなたが留めてくれるのなら」
영화에서는,
비록 비가 내리지 않아도
나는 더 머무를 것입니다 그대가 머물러 달라고만 하시면
이라고 이쁘게 번역이 되어있지만,
무리해서 글자수를 맞춰본다면,
“작은 천둥이
하늘에서 울리고
비가 안와도
여기에 있을께요
그대가 원한다면”
타이완에서 보내준 정자.
이렇게 구경을 하고, 점심식사를 하러 이동을 하였다. 신주쿠3쵸메 근처의 샤부샤부전문점 "기소지". 저녁은 너무 비싸서 가기가 쉽지 않아, 점심에 방문해 보았는데, 12시쯤 좀 넘어서 식당에 도착했는데 예약을 하지 않아서 1시간 정도 기다리게 되었다. 기다리는 동안 식당 근처의 "무인양품"과 "유니클로"를 방문하여 필요한 것들을 구매하였다. 유니클로에서는 내가 지난 번에 구입한 조코비치 티셔츠의 가격도 확인해보았는데 1,990엔에 판매중이었다. 한국에서는 29,900원이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약간 비싼감이 있지만 그래도 뭐 그정도는 허용가능범위라 만족하였다.
시간이 되어 다시 식당으로 이동하여 점심식사. 샤브샤부 전문점인데 승연이가 먹기에는 "스키야기정식"이 더 좋을 것 같아 스키야키정식으로 시켰는데 조금 아쉽기도 하다. 그래도 스키야키라는 것을 음식점에서 먹을 기회도 많지 않고, 맛도 매우 괜찮았기 때문에 만족스러운 식사가 되었다. 이렇게 이번 여행중에 먹는 마지막 정상적 식사를 완료하였다. (저녁은 공항에서 라면을 계획하고 있었는데 라면은 내 기준에 식사는 아니라서 ^^::)
자리에 앉으니 가방에 냄새가 밸까봐 이쁜 천으로 덮어 주었다.
점심으로 시킨 스키야키정식.
식사를 마친 후 다시 기운을 회복하고 지하철로 도쿄대학으로 이동을 하였다. 예전부터 한 번 꼭 가보고 싶었던 곳이었는데 고등학생인 승연이도 대학교라는 곳이 어떤 느낌인가 하고 한 번 가볼 수 있게 되어서 좋은 기회가 되었다.
도쿄대학의 "빨강문赤門"에서 인증샷. 서울대학의 "샤"정문 같은 상징적인 곳.
그리고 학생운동의 성지로 알려진 야스다강당(安田講堂)앞에서도 한장.
이후에는 학교안을 산책하며 대학오리지널상품샵에서 티셔츠 하나를 구매하였다. 한자로 적혀있는 티셔츠는 왠지 남대문시장에서 살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라 가장 세련되 보이는 영문으로 되어있는 티셔츠를 한 장 골랐다. 그래도 하버드나 옥스포드 같은 느낌은나지 않았지만 뭐 그건 한국대학들도 마찬가지이니 방문기념정도로 만족을 했다.
승연이가 너무 힘들어하고, 나도 다리가 아파서 도쿄대학내 스타벅스에서 이번 여행에 대해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면서 잠시 휴식을 취하였다.
승연이는 돌아다닐 때만 힘들어하고 어디 앉아 와이파이만 되면 전혀 힘들어하지 않는다.
그렇게 잠시 휴식을 취하고 호텔로 돌아와 짐찾아서 하네다 공항으로 이동을 하였다.
하네다 공항에 도착하여 체크인을 한 후, 마지막으로 라멘을 먹으며 모든 일정을 마무리하였다.
일본여행의 마무리의식 같은 라멘먹기. 승연엄마는 배고프지 않다고 하여 우리를 위하여 교자를 하나 주문을 했고, 승연이와 나는 국물까지 남김없이 라면 하나를 완벽히 비웠다. 얼마나 급했는지 사진도 찍기전에 휘저었다가 다시 복구시킨 후 인증샷을 찍었다.
이제 진짜로 비행기를 타러가는 중, 상단에 걸려있는 광고판이 회사 꺼라 사진을 한장 찍고 디카를 가방에 넣었다.
2016년 여름휴가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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