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점심때부터 대학교 때 같이 공부했던 친구들을 만나는 날. 오전에만 부모님과 같이 일정을 소화하고 11시30분정도부터 어머니, 아버지가 따로 다니시기로 하였다.
집근처에서 아침식사 후 출발.
오랜만에 보는 친구들이 날 못 알아볼까봐 살을 좀 빼려고 했는데 역시 작심삼일. 이 날만이라도 아침을 줄여야 했으나, 아버지가 예전에 집앞에서 자주 먹던 토스트와 삶은 달걀, 그리고 커피로 구성되어있는 모닝세트가 생각난다고 하셔서 비슷한 곳 찾아서 조식해결. 하나도 안 남기고 다 먹었음 ^__^;;
숙소앞의 허름한 커피샵. 한신타이거즈의 유니폼이 오사카구나 하는 걸 느끼게 해준다.
약속시간까지는 시간이 있어 오사카성을 방문했다. 요즘에 오다노부나가(織田信長), 토요토미히데요시(豊臣秀吉), 도쿠가와이에야스(徳川家康)의 이야기 "대망"이라는 소설에 흠뻑 빠져계신 두분. 지하철로 이동하여 성까지 가는 내내 책에서 읽으신 지식을 주거니 받거니 하며 나에게 계속 설명을 해주신다.
성 가는 길에 있는 오사카성에서 가장 큰 돌. 어떻게 이렇게 큰 돌을 그 당시에 운반했을까라고 말씀하시면 아버지가 알려주셨다고 이야기하니 그랬었나 하신다. 오사카에 3년 근무하셨는데, 많은 손님들이 다녀갔을텐데, 그 때마다 오사카성을 방문하셨을텐데, 이제 많이 잊으셨나보다.
오사카 성 앞에서 가족사진 한장. 친구들 만나면 하나씩 주려고 이마트에서 사간 선물봉투를 들고 있는 나.
일본 역사에 심취하신 두 분은 성으로 올려보내고 나는 주변이 더 보고 싶어 혼자서 셀카놀이하며 산책을 했다. 몇번을 찍어봐도 셀카는 영 적응이 되지 않아서 결국 셀카봉은 이 사진을 마지막으로 짐속에 집어넣어버렸다.
오사카성 구경을 마치고 이동한 곳은 구로몬 시장 (黒門市場).
조세호가 나오는 여행프로그램에서 들른 것을 보시고 내내 가고 싶다고 하셔서 구로몬 시장으로 이동을 하였다. 오사카의 부엌이라는 별칭대로 이른 시간인데도 제법 사람들이 있다.
연어회를 준비하는 모습을 보니 부모님과 나 동시에 승연이 좋아하는 건데라며 동시에 아들과 손자이야기. 손자 사랑이 남다른 할아버지, 할머니인데 이제 손자가 너무 커버려서 예전처럼 살갑게 하지 않으니 재미가 없으실텐데 , 손자가 좋아하는 것 보면 생각이 나시나보다. 나도 며칠보지 못하니 생각이 나네. 전화해봤자 퉁명스러울 따름이지만 ^^
대충 한 바퀴 같이 들러보고 알아서 드시고, 나는 밥늦게 드러갈 거니 저녁도 알아서 드시라고 이야기하고 나는 친구들과의 약속장소로.
나를 알아볼까? 친했던 친구들은 당연히 기억해 줄텐데, 조금 덜 친했던 친구들은 기억이나 할까? 이런 생각들을 하며 약속장소가 있는 도톤보리의 '스시잔마이'로 이동.
약속장소에 도착하니 노신사가 입구에서 서성이고 계시다 나를 보시고 "현군?" 하시면 말을 거신다. 대학교 때 유학생들을 많이 지도해주신 교수님. 이제는 은퇴하셨는데 이번에 간사를 맡아 준비해 준 친구로부터 연락을 받아서 나오셨다고 한다. 같이 공부를 했던 친구들외에 VIP 3명이 온다고 하면서 끝까지 알려주지 않았는데 그 중에 한 분이 교수님이었다. 특히 이 교수님과는 살던 곳이 50미터정도밖에 떨어지지 않아서 가끔 만나서 저녁먹고 수다도 떨고 했었는데 만날 수 있게 되어서 너무 반가웠다.
한명, 두병 모여서 왁자지껄, 시끌벅적. 12시에 만났는데 4시 넘어서까지 앉아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며 시간가는 줄을 몰랐다.
당시 유학생회에서 회지를 한 번 만들어보자고 하여 발간했던 잡지를 한 친구가 가져와서 잠시 이 회지이야기. 사실 이건 내가 제안하여 내가 편집장으로 1호를 만들었는데 이 전년에 발행된 1호는 지금 가지고 있는 사람은 없고 나와 친했던 말레이시아 친구가 편집장을 했던 2호만이 남아있었다. 창간호가 있었으면 나한테는 더 의미가 있었을텐데..
말레이시아에서 사업을 하는 친구.
괌에서 레스토랑을 경영하는 한국 친구.
회계사가 되고 일본으로 귀화하여 오사카에 살고 있는 중국 친구
일본회사를 다니다 타이완으로 귀국하여 얼마전에 사업을 시작한 타이완 친구.
말레이사아에서 일본회사를 다니다 요코하마로 주재하러 온 친구.
일본에서 회사를 다니다 일본인 남자와 결혼하여 일본성을 가지고 도쿄에서 살고 있는 중국 친구.
말레이시아에서 일본회사를 다니고 있는 친구.
유학생들과 친하게 지내며 유학생회 잡지발행을 도와주기도 하며 지금은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는 일본인 친구.
유학생들에게 특별히 관심을 보여주셨던 은퇴하신 교수님.
유학생들 행정적인 면을 지원해주었던 퇴직한 대학직원분.
그리고 한국에서 일본계회사를 다니고 있는 나.
다들 시간이 지나서 각자의 일들을 하다, 의기투합하여 이렇게 만나니 즐겁고, 기쁜 마음으로 기념사진을 촬영하였다.
저녁때가 다 되어가자 오사카에서 사업을 하고 있는 중국친구가 자기가 가장 좋아하는 야키니쿠집에서 오늘 대접을 하고 싶다고 하였다. 아마 오랜만에 만난게 기분이 좋았나보다. 그렇게 다시 이동한 야키니쿠(고기집). 세상에 이렇게 맛있는 고기가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정도로 맛있게 고기를 구워서 먹었다.우연히 가운에 앉게 된 나는 야키니쿠의 나라 한국에서 왔다는 이유로 열심히 고기를 구워서 나눠주었다. 내가 고기를 나눠주다보니 조금씩 조금씩 내 자리에 더 쌓인 것 같았던 기억이 ^__^
잠시 맛있는 고기 감상 한 번 해 봐 주세요.
그렇게 엄청나게 먹고 장장 8시간의 수다를 떨고나서야 2차 종료.
다시 헤어지기 전에 아쉬워서 또 삼삼오오 사진을 찍고 또 삼삼오오 커피마시러 이동하며 또 이야기를 하다 다음에 각자의 나라에서 이런 자리를 마련해 보자라고 약속을 하고서야 겨우 해산을 하였다. 과연 또 이 약속이 지켜질 수 있을까? ^_^
숙소로 돌아가자, 내가 오기를 기다리기도 했다는 듯, 나와 헤어지고 나서의 무용담, 손주들 선물 쇼핑한 이야기, 저녁먹은 이야기에 집앞온천까지 두 분이 다녀온 이야기 등등 쏟아내신다. 나에게 끌려다니다 자유롭게 다시시니 하루가 즐거우셨나보다. ^^
밤에는 마침 한국과 멕시코의 월드컵경기가 중계되고 있어 조용히 이국땅에서 응원을 하며 하루를 마무리하였다.
그렇게 일정의 반이 훌쩍 지나버렸다..
넷째날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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