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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시민의원님.
많이 힘드셨죠.
날씨가 맑은지 모를 정도로 집중하시는 의원님처럼
전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도 모르고 사무실에서 살고 있답니다.
그러나 한가지만은 자신있게 말할 수 있어요.
지난선거에 노무현대통령을 찍었고 이번총선에는 열린우리당을 찍을 것이라는 것을.
대통령이 지지하는 정당이 있어서 안되는건가요?
그렇게 잘못한 일인가요?
측근비리. 검은돈.
노무현과는 어울리지 않는 일들이 드러날 때마다 세상은 참 어려운거로구나라구
생각하곤 했어요.
그렇게 안하고는 대통령이 될 수 없는 세상이었구나라고요.
자기의 치부를 이정도 드러냈으니 겁나는 사람들 많이 있었겠죠.
지금까지는 너의 잘못때문에 나의 잘못도 감추어졌을꺼라고 생각했던
사람들이 자기를 드러내는 노무현을 보고 얼마나 긴장했을까요?
그런 두려움 때문에 그런걸꺼에요.
제정신이 아닌 것은.
우리 불쌍하게 생각하기로 해요. 그리고 도와줘요. 더이상 그 사람들의 더러움이
세상에 드러나지 않도록 조용히 초야로 돌아가도록 만들워줘요.
이번 총선거는 꼭 그런날이 되어서 모든사람이 기뻐하는 날이 되었으면 해요.
자기의 임기가 끝날 때는 조그만 회사사장도 큰 안건의 결정은 다음 사장에게
넘기는 것이 세상의 불문율이거늘 어찌 국민의 대표들이 그럴 수가 있을까요.
하도 답답해서 저도 몇자 적어봅니다.
샐러리맨 현석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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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십니까. 유시민입니다.야당이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발의했습니다. 놀라셨습니까? 놀라지 마십시오. 지금 민주당과 한나라당 의원들의 정신상태에 비추어보면 결코 놀라운 일이 아닙니다. 서청원 의원 석방동의안을 전격 통과시켜 ‘합법적 파옥(破獄)’을 감행했던 사람들이 대통령 탄핵이라고 하지 못할 이유가 있겠습니까?
저는 지금 국회 본회의장에서 이 편지를 쓰고 있습니다. 어제 오후 6시 30분 경 탄핵소추안이 본회의에 보고되었으니 오늘 오후 6시 30분에서부터 모레 오후 6시 30분 사이에 표결해야 합니다. 표결하지 못하면 탄핵안은 자동 폐기됩니다. 우리당 의원들은 어제 저녁부터 본회의장에서 농성하고 있습니다. 표결을 저지하기 위해서입니다.
의사진행을 방해하는 것도 구태정치 아니냐구요? 그럴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이번만큼은 일종의 정당방위로 봐주시기 바랍니다. 불장난을 하다가 큰불을 내는 경우가 흔히 있습니다.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꼭 그 꼴입니다. 그들은 총선용 불장난을 하고 있습니다. 두 당의 지지율을 합쳐도 우리당에 밀립니다. 민주당은 ‘잊혀진 남자’가 되느니 ‘욕먹는 남자’가 되기로 작심하고 탄핵안 발의를 주도했습니다. 시너통을 안방에 들여온 것이죠. 한나라당은 총선 전망이 어두워지자 선거판을 소위 ‘친노 대 반노’ 전선으로 재편하기 위해 탄핵안 발의를 거들고 나섰습니다. 함께 시너통을 쏟아 붓고는 성냥을 꺼내든 셈입니다. 이제 성냥만 그으면 대한민국이라는 우리들의 집이 통째로 재앙에 빠질 일촉즉발 상황입니다. 많은 국민들이 발을 동동 구르고 있습니다. 어떻게 할까요? 입으로만 그들의 만행을 욕해야 할까요?
시너가 모두 증발해 폭발의 위험이 사라지기까지는 아직 50시간이 남았습니다. 그때까지는 무슨 수단을 쓰든 성냥을 긋지 못하도록 해야 합니다. 위험한 불장난을 하는 야당의원들의 팔을 비틀어서라도 막아야 합니다. 우리가 함께 상처를 입는다 할지라도 막아야 합니다. 이것이 앞서 말씀드린 정당방위론입니다.
황당하기 짝이 없는 탄핵소추안의 내용에 대해서는 말씀드리지 않겠습니다. 내일 MBC 백분토론에 이병완 청와대 홍보수석과 함께 출연해 대통령과 우리당의 입장을 밝히겠습니다. 야당의 사과 요구가 억지라고 할지라도 대통령이 그들을 달래서 위험한 불장난을 그만두게 해야 한다는 지적에도 일리가 있습니다. 지는 게 이기는 것이라는 옛말도 있지 않습니까? 내일 오전 대통령의 입장 발표가 예정되어 있다고 하니 한 번 기다려 봅시다.
임기가 겨우 두 달 남은 국회의원들이 임기 4년 남은 대통령을 내쫓으려고 하는, 이 어처구니없는 ‘합법의 탈을 쓴 내란 선동’을 보면서 새삼 ‘쪽수의 위력’을 절감합니다. 이기는 것이 언제나 선은 아닙니다. 그러나 지금 이 순간 저는, 오는 4월 15일 선거에서는 이기는 것 그 자체가 선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논리적으로 보면 잘못이지만 현실적으로 보면 그럴 수도 있다는 말입니다.
4.15 총선 목표를 수정해야 할 것 같습니다. 개헌저지선 확보 또는 제1당이 아니라 과반수 의석 획득을 목표로 잡아야 하겠습니다. 더 열심히 일하고, 더 잘 일하고, 더 깨끗하게 일해서, 그렇게 해서 대한민국 대통령 일 좀 하게 만들어주고 싶습니다.
어제 밤 본회의장 천장의 불빛 때문에 잠을 이루기가 어려웠습니다. 백열등이 밤새 켜진 교도소 독방에서 잠자던 20년 전으로 돌아간 것 같았습니다. 잠시 하늘을 보러 나가야 하겠습니다. 오늘 날씨가 맑은가요?
2004년 3월 10일 오후 3시 5분
열린우리당 국회의원 유시민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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