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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슬기로운재수생활

5. 응원은 편지로 하세요

by 소꾸호 2020. 4.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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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원 입학설명회 때 학원원장님이 부모님께 부탁하는 것이 두가지가 있었다. 하나는 생각보다 아이들이 외로워하고, 바깥에서 오는 연락을 많이 기다리니 가능하면 편지를 많이 보내달라는 것이었고, 또 하나는 휴가로 집에 갔을 때 공부하라는 이야기하지말고, 아침에 일어나고 저녁에 자는 습관만 유지시켜 돌려보내달라는 것이었다.

그 이야기를 듣고 편지를 써주어야겠다고 생각을 했다.

편지가 자주 오다가 나중에 횟수가 줄어들면 섭섭할 수도 있으니 나는 일주일에 한 번씩 월요일에 도착하도록 편지를 쓰겠다고 진수엄마에게 이야기를 했다. 그리고 진수엄마는 그것에 맞춰서 중간중간 보내겠다고 했다. 처음에는 아무래도 초기이다 보니 잘 적응할 수 있도록 응원을 해달라고 할아버지, 사촌누나에게도 부탁을 했다.

편지는 기숙학원의 홈페이지에 편지보내기라는 메뉴에 들어가서 작성을 하면, 담당하는 직원이 하루에 한 번 그것을 프린트하여 아이들에게 전해주는 시스템이었다. 매주 작성을 하려면 주제가 있는 것이 조금 더 편지쓸 내용이 끊이지 않을 것 같아서 편지의 주제를 뭘고 할까 고민을 하다, 한 주간 엄마, 아빠의 생활이야기를 적는 것으로 하였고. 제목은 우리가 살고있는 동네이름을 넣어 삼성동소식이라고 정했다.
그렇게 총 48번 삼성동소식을 진수에게 전했다.

편지의 답장을 받아본 적이 없지만 휴가 때 집에서 생활할 때, 진수가 기숙학원에 가있던 동안 생긴 일 화제에도 자기도 다 알고 있는 이야기인것처럼 대화에 동참하는 걸 답장이다 생각하며 속으로 뿌듯해 했다.

진수엄마와 둘만의 생활이 그렇게 시작되었다. 든 자리는 몰라도 난 자리는 안다라는 옛말처럼 진수가 기숙학원으로 들어가자 그 빈자리가 크게 느껴졌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둘만의 생활도 익숙해졌다. 진수가 있을 때보다 부부간의 대화도 많아지고 우리집도 부부만 사는 집으로 조금씩 변하기 시작했다.

1월하순에 겨울휴가를 내고 방학중이던 진수엄마와 둘이 일본 시코쿠여행을 다녀왔다. 진수가 태어 난 후로는 애기 때 부모님께 맡기고 북경여행을 다녀온 간 것을 빼면 항상 여행은 셋이 다녔는데 앞으로는 이렇게 둘이 다니는게 더 자연스럽게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여행 중에 가장 신경쓰인 것은 학원에서 걸려오는 토요일 통화. 본인은 열심히 공부하고 있는데, 엄마아빠는 그냥 놀고만 있다고 생각할까봐 조금 미안하기도 했고, 토요일 4시부터 6시사이에 전화가 오다보니 길에서 돌아다니다 받게 될까봐 그것도 조금 신경이 쓰였고. 그래서 결국 토요일 일정은 4시쯤에 숙소로 돌아가서 쉬다가 전화받고 다시 나오는 일정으로 계획을 짰다. 토요일은 내 생일 다음날. 도고온천숙소에서 진수에게 기다리던 전화가 왔는데 어제 생일 축하한다는 이야기를 해 주었다. 무심한 아들이라고 생각했는데 가족들과 떨어져있으니 효자가 되나보다.

거의 한달이 다 지나가다보니 진수도 조금씩 학원에 적응을 해 나가는 것 같았다.

아들에게 보낸 편지를 모아 놓은 구글드라이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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