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주요테마는 알프스의 가장 유명한 봉우리인 융프라우방문과 빨래.
어제 밤에 도착해서 하룻밤은 잔 인터라켄이라는 도시는 융프라우로 올라가는 산악열차가 출발하는 산의 아래 동네이름. 산악열차는 융프라우정상까지는 가지 못하고 유럽에서 가장 높은 곳에 있는 기차역인 융프라우요흐(융프라우 바로 아래라는 뜻) 역까지만 갈 수 있는데 이것도 한 번에 가는 것이 아니라 열차를 3번 타고서야 도착할 수 있다.
인터라켄에서 묵은 숙소 WEISSES KREUZ. 스위스물가는 너무 비싸서 좋은 호텔에 묵을 수가 없다. 그렇지만 작은 숙소여도 너무 깨끗하고 맘에 드는 호텔이었다..
1. 출발
오늘도 많이 걸어야 하므로 아침을 든든히 먹어줘야 한다.
8시 35분 출발하는 기차를 타야 일정대로 소화가 가능하기 때문에 아침부터 서둘러서 준비를 하고 숙소에서 프로모션으로 주는 인터라켄(동)역까지의 버스티켓으로 버스를 이용하여 이동. 정류장에 적혀있던 7시 50분이 10분정도 지나서야 버스도착. 스위스는 시계는 잘 만들지만 시간은 잘 안지킨다는 것을 이후에도 하루종일 체험.
먼저 버스정류장 사진 1장.
산악열차가 출발하는 인터라켄동역에서 한장.
역에서 할인권2장과 함께 융프라우요흐역까지의 티켓(중간에 몇번이라도 타고 내릴 수 있음) 2장을 요청하자 역무원이 너네 둘이 가는 거냐고 물어본다. 그렇다고 하니 할인권1장을 돌려주며 승연이는 보호자 동반이니 무료라고 한다. 대략적으로 한화로 환산하면 1장에 15만원을 넘는 티켓인데 이게 웬 횡제냐고 생각하고 시작부터 기분이 좋았음.
인터라켄동역에서 라우트브루넨역까지 가는 기차.
스위스의 느낌이 물씬 나는 경치
2. 라우트브루넨역에서 마을 관람
첫번째 갈아타는 역에서 내려서 바로 옆에 있는 플랫폼에서 열차를 갈아타면 되는데 열차 하나를 보내고 다음 열차출발시간까지의 1시간을 스위스 마을 둘러보기 체험으로 천천히 산책.
한가로운 모습에 여기 살면 좋을수도 있겠지만 좀 심심하겠다는 생각이 듬. 다시 라우트브루넨역으로 돌아와 열차를 타고 2번째 갈아타게 되는 클라이네샤이덱역으로 이동. 일단 역이름이 너무 외우기 힘들어 ^^:;
3. 클라이네샤이덱역에서 갈아타기
원래 내가 출국하기 전에 머리속에 그려져 있었던 그림은 열차를 타고오면 다른 홈에 열차가 기다리고 있고 그 열차로 옮겨타면 다시 다음 갈아타는 곳으로 이동하고 이런 것이었는데. 사람은 많고, 앉지 못하면 50분을 서서 가야하니 그야말로 난장판. 나 혼자였다면 품위있게 서서 가겠지만 나는 아버지. 우리 아들을 앉히기 위해서 또 필사적으로 전 세계사람들을 적으로 돌려가며 자리 확보하기.
이제 서서히 설경이 보이려고 한다.
내가 조사했던 열차시간표는 인터라켄에서 출발하는 열차이외에는 아무 쓸모가 없었다는 슬픈 사실.. 스위스는 시계만 잘 만든다고...
4. 융프라우요흐역
사람에 치여가며 겨우겨우 가장 높은 역까지 이동.
드디어 유럽의 지붕에 도착.
도착한 시간이 12시경이라 할인티켓에 사은품으로 들어있는 신라면교환권을 내고 신라면을 하나 받음. 승연이랑 나눠먹고 다른 것을 살까하다 매운국물이 너무 먹고 싶어서 나도 하나 구입. 사실 표를 2개 샀으면 할인티켓에 붙어있는 프로모션이라 공짜로 받을 수 있는 건데 승연이는 티켓을 구입하지 않았기 때문에 하나만 무료로 제공 받고 하나는 따로 돈을 내고 구입. 그래도 15만원 경비가 줄어든게 좋아서 하나도 아깝지 않음 ^^. 온 나라의 사람들이 전부 신라면을 먹고 있는 희한한 광경. 농심본사가 우리집 옆에 있어서 그러는게 아니라 농심은 참 장사를 잘해 ^_^
만년설의 봉우리가 구름에 따라 나타났다 들어갔다 할 때마다 사람들의 환호성으로 알프스가 이런 것이구나 하고 짧게나마 체험.
산봉우리 관람 후 세계에서 가장 높은 곳에 있는 우체통에서 편지 붙이기. 구입한 엽서를 내가 반, 승연이가 반 엄마에게 엽서를 쓰고 우체통에 넣음. 몇 줄 쓰지도 않았는데 웬지 약간 가슴이 뭉클. 손으로 뭔가를 써본게 포스트잇말고 얼마만인지 기억도 나지 않네. 학생 때는 참 편지도 많이 썼는데.
어디갈 때마다 승연이와 엄마 이거 좋아할텐데라고 이야기를 하며 다니니 가족이라는게 참 끈끈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도 편지쓰라니까 힘들어 한다. ㅎㅎ
사실, 한국에 있어도 주말에나 얼굴을 볼까말까라 지금이랑 큰 차이도 없을텐데..
나만 좋은 거 보니 부모님 생각도 났지만 부모님께는 엽서를 보내지 않았음. ㅎㅎ
5. 다시 인터라켄(동)역으로
첫번째 갈아타야 하는 클라이네샤이덱역의 한 정거장 전역인 아이거글래쳐 역(해발 2,320미터)에서 승연이와 나 그리고 몇명 사람들이 내려서 밑으로 걷기시작.
약 1시간이 조금 넘는 정도의 거리인데 내려오면서 내내 감탄의 연속. 아마 지금까지 내가 본 경치중에 가장 멋진 경치가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 걸으면서 알프스를 느끼니 요들송이라도 불러줬어야 하는데 ^^
1시간정도로 하이킹 느낌을 맛보고, 중간에서 다시 열차를 두 번타고 오늘 출발했던 인터라켄(동)역으로 무사히 귀가.
6. 저녁식사
아직 오늘 우리의 미션은 끝나지 않았음. 이번 여행 최고의 난이도 빨래하기. 역에서 숙소까지 일부러 걸어서 돌아오면서 빨래방을 찾았는데 전혀 보이지가 않는다. 호텔에서 물어보고야 15분정도 떨어진 곳에 있다는 것을 듣고 빨래방을 찾아갔는데 기계마다 전부 빨래가 차 있어서 저녁식사를 하고 다시 오기로 하고 빨래방근처에서 식당탐색.
오늘은 스위스에서의 마지막 날 밤. 일반사람이라면 퐁듀라도 먹어야 하겠지만 내가 치즈를 못 먹는 바람에 빨래방 근처 적당한 식당으로 들어감. 오랜만에 고기를 먹어주고 싶었는데 메뉴판을 도저히 읽을 수가 없다. 다행히 고기 비슷한 것을 주문해주고 나는 예산관계상 스파케티주문 ^^; 쌀밥이 먹고 싶다!!
참 이뻤던 식당.
7. 빨래
여행중 가장 난이도가 있었던 일. 다시 찾아가니 비어있는 기계 하나 발견.. 이제 세제는 어떻게 해야하는지 고민.. 옆에 자판기에 1회분 세제를 용기에 넣어놓은 것을 팔고 있어서 하나 구입. 이 세제는 언제 어떻게 넣어야 하는지.. 누구라도 하고 있으면 훔쳐보고 하겠는데 이미 기계는 다 돌아가고 있거나 빨래가 들어있는 상태. 할 수 없이 용기를 내서 빨래 끝나는 걸 기다리고 있는 아저씨에게 이거 어디에 넣으면 되냐고 물어보니 친절히 알려주시네.
세탁기 돌리는 것도 승연이와 머리를 맞대서 해결.. 자기 속옷이랑 아빠 속옷이랑 같이 빤다고 투덜대다 여행왔으니 봐준다고 선심쓰는 모양새에 속이 터짐.. 그래도 어려운 문제를 둘이서 잘 해결하고 건조기에 옮겨서 25분정도 돌리고 성공적으로 마침. 내일부터 옷 걱정안해도 된다고 서로 좋아하며 기분좋게 숙소로 돌아옴.
숙소로 돌아와서 내일 로마로 이동하기 위해 짐을 정리하면서 승연이가
"분명히 오기전에는 부피가 이렇게 크지 않았는데 똑같은 옷인데 왜 이렇게 부피가 커졌지?"라고 중얼댄다.
"아빠 몰래 뭐 많이 산 거 아니야?" 라고 농담을 하자,
"아! 맞다 추억이 많아졌지!"란다.
능청스러움이 하늘을 찌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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