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7월28일(화) 교토, 청수사
내일은 이동만 하니, 관광으로서는 오늘이 마지막날.
부모님 호텔은 오늘 변경이 필요하여 일단 체크아웃을 하였다. 우리방은 계속 사용해도 된다고 하여서 일단 짐을 우리방에 옮겨놓고 오늘일정 시작.
오늘도 일정이 많아서 8시 20분에 호텔을 출발. 계획을 세워보니 교토버스 1일권을 구매하면 많은 메리트가 있을 것 같아 구입하였는데 이 날은 이 1일권으로 5일치정도의 버스를 탄 것 같아서 매우 이득을 본 느낌이 들었다.
이 1일버스권을 사용하여 교토하면 떠오르는 洛東의 가장유명한 사찰 청수사를 가장 먼저 방문. 일본사람들은 어떤 큰 결심을 할 때 이 사진의 뒤에 보이는 청수의 무대에서 뛰어내리는 마음가짐으로 무엇을 한다고 하는데 그 청수의 무대를 배경으로 한 컷. 승연이도 앞으로 3년동안 그런 마음으로 공부를 해주면 좋을텐데 ^_^
지혜, 사랑, 장수 뭐 그런거에 좋다고 하는데 전부 마시면 욕심장이가 되어 오히려 안 좋다는 오토와노타기(세갈래 물) 체험.
그리고 다시 버스를 타러 정류장으로. 청수사에서 버스정류장가지 내려가는 길은 전통상점들이 많아서 볼거리들이 참 많다.
점심때는 지인과의 약속이 있고 오늘도 엄청 걸을 예정이기 때문에 부모님은 온천을 다녀오시라고 하였다. 전철만 태워주면 다녀오실 수 있다고 하여 구라마온천행 전철을 탈 수 있는 데마치야나기역으로 모셔다 드리고 저녁 때 다시 만나기로 하였다.
버스정류장에서 내려서 역까지 가는 중간에 동생이 유학했던 교토대학 앞 사거리를 찍어서 카톡으로 동생에게 보내줬다. 나도 사실은 이 대학에 1차시험까지는 붙었었는데 당시에 일본어가 좀 부족하여 면접에서 떨어졌던 추억이 있는 대학이고 동생과도 1년간 같이 살았던 곳이라 인연이 많은 곳이다.
부모님은 전철을 태워드리고 동지사대학까지 걸어서 이동을 하였다. 목적은 국어선생님인 승연엄마를 위해 윤동주와 정지용의 시비를 보기위하여 ^^ 먼저 정지용의 시비앞에서 기념촬영. 시비에는 鴨川(압천)이라는 시가 적혀있다.
鴨川(압천)
鴨川 십리十里ㅅ벌에
해는 저물어.... 저물어...
날이 날마다 임보내기
목이 자졌다...여울 물소리...
찬 모래알 쥐여짜는 찬 사람의 마음,
쥐여짜라, 바시여라, 시언치도 않어라.
역구풀 욱어진 보금자리
뜸뿍이 홀어멈 울음 울고,
제비 한쌍 떳다,
비마지 춤을 추어.
수박 냄새 품어오는 저녁 물바람
오랑쥬 껍질 씹는 젊은 나그네의 시름.
압천 十里ㅅ벌에
해가 저물어 ...저물어...
정지용 시인은 가곡 “향수”의 원작자로 알려진 시인으로 식민지가 된 고향을 그리워하는 시로 이 시를 지었다고 하는데 동지사대학으로 걸어오는 길에 압천(가모가와)에서 사진을 찍고 이 시가 말하는 강이 아까 우리가 사진을 찍은 곳이라고 설명을 해주었다.
그리고 그 옆에 윤동주시비. 1999년에 방문했을 때는 이 시비만 있었다. 시인 윤동주를 추모하는 분들이 앞에 여러가지 필기도구를 가져다 놓았는데 그 앞에서 온 가족이 같이 사진을 찍었다.
29살 꽃다운 나이에 후쿠오카 형무소에서 생을 마감해야 했던 시인 윤동주. 윤동주시비에는 "서시"가 적혀있는데, 이 시는 너무나 유명하니 문익환 목사님의 "동주야"라는 시를 소개해 본다.
너는 스물 아홉에 영원이 되고
나는 어느새 일흔 고개에 올라섰구나
너는 분명 나보다 여섯 달 먼저 났지만
나한테 아직도 새파란 젊은이다
너의 영원한 젊음 앞에서
이렇게 구질구질 늙어 가는게 억울하지 않느냐고
그냥 오기로 억울하긴 뭐가 억울해 할 수야 있다만
네가 나와 같이 늙어가지 않는 다는 게
여간만 다행이 아니구나
너마저 늙어간다면 이 땅의 꽃잎들
누굴 쳐다보며 젊음을 불사르겠니
김상진 박래전만이 아니다
너의 ‘서시’ 를 뇌까리며
민족의 제단에 몸을 바치는 젊은이들은
후쿠오까 형무소
너를 통째로 집어삼킨 어둠
네 살 속에서 흐느끼며 빠져나간 꿈들
온 몸 짓뭉개지던 노래들
화장터의 연기로 사라져 버릴 줄 알았던 너의 피묻은 가락들
이제 하나 둘 젊은 시인들의 안테나에 잡히고 있다.
동지사대학 시비 투어를 마치고 오늘 점심 약속을 한 오오타니대학으로 이동. 버스 1일권을 충분히 활용하기 위해 버스를 탔는데 그 쪽 방향으로 가는 것은 맞으나 한참을 돌아가는 버스라 시간안에 맞춰 갈 수가 없어 다시 내려서 택시를 타고 이동을 하였다. 나중에 들어보니 걸어오는게 더 빨랐을 거라고 한다 ^^;;;;
한국미술에 관련된 공부를 위해 한국에 유학왔던 기다샘은 나와는 오래된 지인. 지금은 교토에 있는 오오타니대학에서 교수님으로 재직중이신데 교토에 가는김에 같이 식사라도 하려고 학교로 찾아갔다.
그런데 또다른 나의 지인 류코쿠대학의 수미샘이 이곳에 출강을 하고 있다는 정보를 입수하여 한번에 두명을 다같이 만나는 행운.(수미는 옛날에는 수미였는데 지금은 수미샘이라고부르지 않으면 안되게 포스가 있어졌음^_^) 이 두 선생님들이 아는 사이인 줄은 전혀 몰랐었는데 세상은 참....
그리고 이야기를 하다보니 기다상은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많은 일을 같이 했었다는 걸 떠올리고 새록새록 기억이 떠올랐다. 기다샘, 수미샘 또 만나요~~
기다샘이 맛있는 스파케티를 대접해 주셨고.
수미샘은 맛있는 아이스크림을 대접해 주었고
아쉬움을 뒤로하고 오후관광을 위해 야사카신사로 버스로 이동을 하였는데 갑자기 폭우가 쏟아졌다. 우산을 살까하다 우리게게는 버스 1일권이 있다. 호텔에 가서 우산을 가져오기로 하고 잠시 호텔로.
승연이에게 호텔사람에게 우산 좀 빌려오라고 하니 성공적으로 잘 빌려와서 뿌듯 ^^;;;
그리고 다시 버스를 타고 기온의 상징인 야사카신사로 이동을 하였다.
교토에서 가장 유명한 신사, 기온마쓰리의 대표적인 장소인 야사카신사를 둘러 본 후,
뒷편으로 이어지는 마루야마 공원에서 역시 보라매공원이 더 훌륭해 이런 농담을 하면서 공원을 산책한 후,
도보로 정토종의 본산인 지온인(지은원)을 거쳐
헤이안(평안)신궁까지 이동을 하였다.
헤이안신궁에서는 갑자기 큰 폭우가 쏟아져 우산이 있어도 이동하기가 어려워 잠시 비가 그치기를 기다리며 휴식을 취한 후
헤이안신궁앞 정원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또 버스를 이용하여 기온거리로 이동을 하였다.
교토의 가장 유명한 기온거리를 주욱 산책을 하며 둘러본 후에 다리가 아파서 더이상 걸을 수 없다는 컴플레인이 터진 지점에서 버스를 타고 호텔로 돌아왔다.
호텔에는 온천을 다녀오신 부모님들이 미리 방에서 휴식을 취하고 계셨다. 오늘의 부모님 숙소인긴테츠교토역호텔로 이동하여 체크인을 도와드리고 드디어 이번 여행의 마지막 저녁식사.
뭘 먹을까 하다 역시 일본은 스시. 그렇지만 스시는 비싼 음식인데다 외국인에게는 주문하기도 어려운 만큼 인터넷에서 회전스시집 "구라"라는 곳을 검색하여 방문을 하였다.
맛도 중요하지만 너무 비싼 곳은 먹으면서도 마음이 불편하니 100접시 먹어도 1만엔정도 나올 수 있는 이런 곳이 맘도 편하고 우리에게는 버스 1일권이 있기 때문에 어디든지 이동할 수 있어 교토역에서 20분정도 떨어진 '구라스시'에서 마지막 저녁식사를 하였다.
4명이서 50접시정도 먹었을까? 부모님도 만족하시고 우리도 배부르게 먹고 다시 교토역으로 돌아왔다.
교토역앞에서 내일 아침 우리가 묵고 있는 호텔로비에서 만나서 공항으로 출발하기로 약속을 하고 오늘은 부모님과 각자의 호텔로 잠시이별.
아침 일찍출발을 해야 하므로 미리 짐정리를 하는데 승연이는 집에 가는게 좋은지 완전 기분이 업되어있다. 올 때는 여행을 오는 것 때문에 좋아하다 갈 때는 집에 가는게 또 좋으니 참 이상하기도 하지.
그렇게 여름휴가 5일째 끝. 내일은 한국으로 귀국하는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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