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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 금요일에 어렵게 이사를 하였다. 이사짐 센터의 사람들이 대충 책장에 책을 넣고 간 후에 다시 하나하나 정리를 하다 서정윤시인의 '점등인의 별에서'라는 시집이 문득 손에 잡히었다.
나의 고등학교 시절 홀로서기라는 시는 정말 대단한 인기를 끌었었다.
기다림은 만남을 목적으로 하지 않아도 좋다.
라는 시작은 많은 사람들의 가슴을 울렸고 감수성이 매우 풍부했던 나(^^)역시 매우 감동을 받아 여기저기 인용을 했던 시절이었다.
맞아 홀로서기라는 시를 무척 좋아했지라고 생각하며 홀로서기2라는 책도 있었네하고 무심히 열어본 첫 페이지에 익숙한 글씨체가 보였다.
To. ㅈG ㅈG
모든 걸 왕창 축하해!
크리스마스도,
생일도,
만난 지 1년되는 것도
그리고, 시험 잘 봤을 것도.
모든 걸 왕창 축하해!
크리스마스도,
생일도,
만난 지 1년되는 것도
그리고, 시험 잘 봤을 것도.
시대에 뒤떨어지지 않는 사람이 되기 위해서 '홀로서기'가 아닌 '홀로서기2'를 선물해. 잘 읽어봐.
'홀로서기' 외운 거 시험한다고, 좋아. 외우지 뭐.
기다림은 만남을 목적으로 하지 않아도 좋다. 그 다음, 그 다음.....
으.. 역시 내 암기력에 한계가 있다는 사실이 올해 크리스마스에도 여지없이 드러나는 군..에이 참,
다음에 멋 있는 모습을 보여줘야지.. 안농!
1987.12.24.
잘 생긴 석호 드림.
'홀로서기' 외운 거 시험한다고, 좋아. 외우지 뭐.
기다림은 만남을 목적으로 하지 않아도 좋다. 그 다음, 그 다음.....
으.. 역시 내 암기력에 한계가 있다는 사실이 올해 크리스마스에도 여지없이 드러나는 군..에이 참,
다음에 멋 있는 모습을 보여줘야지.. 안농!
1987.12.24.
잘 생긴 석호 드림.
1987년의 학력고사는 12월이 거의 다 지나가는 시점에 봤던 것 같다.
'찌찌'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던 여자친구에게 ㅈG ㅈG라고 메모를 시작했던 나는 고3때도 아마 풍부한 유모감각을 가지고 있었던 것 갔다.
학력고사가 끝나고 그 다음 면접시험을 보고 12월24일에 서울에서 만나 숭의여고 강당에서 했던 고3학생을 위한 어떤콘서트에 갔었다.
그때 내가 선물로 주었던 책인 것 같다.
11월이 생일인 여자친구, 1986년 12월 등촌동 새마을본부에서 새마을 수련회라는 이름으로 만났던 여자친구, 크리스마스를, 그리고 학력고사 점수가 아직 발표되지 않은 시점이기에 그런 것들을 축하하고,
나름 홀로서기2를 선물하는 이유를 내가 만들었던 것 같다.
1986년 수련회에서는 새마을 정신이라는 얇은 책을 주며 5일동안 그 책을 전부 외우고 금요일에 몇 페이지 하면 그 부분을 암기해야하는 프로그램이 있었는데 같은 조 20명중 나만 다 외우지 못하고 결국에 선생님이 너한테는 너가 외울 수 있는 몇페이지를 말할테니 그거라도 잘하라는 동정을 받아가며 수련회를 마친 것이 여자친구에게는 남자다운 대범함으로 보였는지도 모르겠다. 그 때 일을 생각하며 나는 암기가 약하다는 이야기를 또 우스개 소리로 만들었던.. 그 때나 지금이나 나는 변한게 없는 것 같다.
그리고 나를 잘생긴 석호라고 이야기하는 뻔뻔스러움..
이런 저런 생각들을 하며 넘긴 페이지에는 아마 이 책을 받고 집에가서 메모했을 것으로 생각이 되는 메모가 적혀있었다.
난 너에게 할 말이 없다
우린 웃음으로 말했고
우린 가뿐 숨결로 마음을 알았다
서울이 얼마나 날 아프게 하는지 아무도 모르겠지만
그래도 난 널 보며 산다
널 그리며
널 생각하는 마음 하나로
오직 널 위해 산다
1년에 두 번씩 만나
꼭 두번 악수를 나눔으로써도
난 행복할 수 있다.
좋은 날. 좋은 사람을 만났다.
차가운 흙 위에 누워도 기억할 이름을 가진.
87.12.24
우린 웃음으로 말했고
우린 가뿐 숨결로 마음을 알았다
서울이 얼마나 날 아프게 하는지 아무도 모르겠지만
그래도 난 널 보며 산다
널 그리며
널 생각하는 마음 하나로
오직 널 위해 산다
1년에 두 번씩 만나
꼭 두번 악수를 나눔으로써도
난 행복할 수 있다.
좋은 날. 좋은 사람을 만났다.
차가운 흙 위에 누워도 기억할 이름을 가진.
87.12.24
여자친구의 첫사랑이었던 나.
86년 12월에 만나고 편지로 대전과 서울에서 연락을 하던 우리는 87년 여름방학에 한 번 만났고 크리스마스에 두 번째 만났다. 여름에 대전으로 가는 고속버스에 태워보내며 악수를 했고 겨울에 서울에 있는 친척집으로 보내며 또 한 번 악수를 했다.
그 날 저녁 선물로 받은 책에 메모를 하였고 나는 그 메모를 20년도 훌쩍지난 2011년 2월에 보았다.
나를 많이 좋아해 주었던 나의 친구..
그후에 각자의 길을 가고 각자의 사랑을 하다 1998년 우연히 다시 만나게 되고
그리고 결혼을 하였고, 같이 이사를 하고 있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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