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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슬기로운재수생활

4. 기숙학원입소

by 소꾸호 2020. 4.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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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이 도쿄여행을 다녀온 다음날, 나는 출근을 하였고, 진수는 기숙학원으로 떠났다.

 

출근하는데 현관앞에 놓인 큰 트렁크가 보였다. 수학여행말고는 한 번도 집을 떠난 적이 없던 아이인데, 이제 자기가 스스로 집을 떠나보겠다고 결정을 하고 따로 생활을 하게 되다니. 떨어져 지낼 생각을 하니 마음이 안 좋았지만 나는 또 나의 일을 잘해야지라고 생각하며 평소처럼 출근을 했다.

 

학원앞이라고 진수에게서 전화가 왔다. 이제 핸드폰 제출하고 들어간다고. 갑자기 한달간 보지 못한다고 하니 마음이 먹먹해졌다. 열심히 한 번 해보라는 말이 목이 매여서 잘 나오지 않아 대충 마무리를 하고 전화를 끊었다. 예전에는 사법고시 준비하러 절에 들어가기도 했는데 현대판 절에 들어가서 공부하는 모습인걸까?

 

기숙학원마다 룰이 다르겠지만,  이 기숙학원은 핸드폰사용금지, 면회불가, 1주일에 한 번 10분간 통화, 한달에 3일휴가. 1방에 4인생활이 기본 룰이었다. 다행히 선행기간 동안에는 학원에서 배려를 해줘서 처음에는 친구와 같은 방을 사용할 수 있게 해줬다.  정규반이 시작되면 실력대로 반편성을 하기 때문에 반드시 같은 방을 쓸 수는 없다는 설명을 들었지만, 새로운 것에 잘 적응하지 못하는 아들이라 걱정이었는데 시작이라도 친구가 같이 할 수 있어 그나마 안심을 할 수 있었다. 새로운 걸 받아들이는 걸 싫어하지만 익숙해지면 누구보다도 그걸 좋아하는 성격인 아이라 처음만 적응하면 잘 할 수 있을거라고 믿었다.

 

학원담임선생님께서 학원생들이 전부 토요일오후부터 일요일에 집으로 전화흘 하는데 진수는 4시부터 6시사이에 학원번호로 전화를 할꺼다라고 미리 알려주셨다. 전화오면 잘 응원해달라는 부탁의 말과 함께.

 

기다리고 기다리던 첫번째 전화. 

 

이 날은 토요일 약속도 잡지않고 하루종일 빈둥대면서 기다렸다. 5시정도였을까? 4시가 한 참 지난 시간에 진수 엄마 전화로 벨이 울렸다. 스피커폰으로 바꿔놓고 대화는 주로 엄마가 하고 나는 옆에서 어떻게 지내고 있나 한참을 듣고 있었다. 10분이 지나고 15분이 가까워지자 이제 다음사람 해야하니 끊어라라는 선생님의 목소리가 멀리서 들렸다. 마지막 인사까지 주어진 시간을 한참 오버하고서야 통화를 마칠 수 있었다. 참고로, 봄이 지나고 부터는 선생님의 이 소리가 들리기 전에 통화가 마무리 되었다. ^_^;;;

 

어떤 이야기를 했는지 잘은 기억이 안나지만, 밥은 잘 먹고 있는지, 빨래는 잘 해 주시는 지, 같은 방에 코고는 친구는 없는지 뭐 그런 이야기들을 했던 것 같다.  같은 방에는 여러 지역에서 온 친구들이 있어 밤이 되면 불을 꺼놓고 잠자기 전까지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잠든다고 한다. 그 중에 한 친구는 이미 부산에 있는 의대를 합격했지만 다시 조금 더 좋은 점수를 받아서 다른 곳으로 진학을 해보고 싶어서 들어왔다는 이야기를 해 주었는데 그런 친구들에게 자극을 받을 수 있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을 막연히 했던 것 같다.

 

11월 14일 퇴소까지의 긴 여정이 그렇게 시작되었다.

 

아들이 기숙학원으로 들어가는 날, 회사에서 일출을 보며 2019년의 출발을 다짐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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