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원의 정기휴가일이 되면 학원버스가 새벽에 전국 각지역으로 학생들을 싣고 출발을 한다.
3월 중순, 정규반 첫 휴가날짜가 되었다. 어차피 밤이되면 잠밖에 자지 않으니 휴가 하루 전날 밤에 데리러 와줬으면 좋겠다고 진수가 요청을 해 왔다. 담임선생님께 상의를 드리니 그렇게 해도 된다고 하여, 휴가가 시작하는 하루 전날 밤, 회사를 끝내고 진수를 데리러 갔다. 창밖으로 우리 차가 오는 것만 보고 있었는지, 도착하자마자 바로 빨래가 가득 담긴 짐을 가지고 내려왔다.
진수가 쓰던 아이폰을 완충해서 가지고 가니 차에 타자마자 인사만 하고, 바로 음악감상에 들어간다. 좋아하던 노래가 가장 듣고 싶었나보다.
집근처에 오니 아빠 차 좀 세워주세요 하더니 12시전에는 들어갈께요라고 말하며 PC방으로 달려갔다. 선생님께서 공부하라는 말은 하지말고, 아침에 일어나는 시간이랑 저녁에 잠자리에 들어가는 시간만 좀 챙겨주라고 말씀하신게 생각나서 그냥 하고 싶은대로 놓아두었다. 나오기 전에 선생님께 주의 말씀을 들었는지 생각보다 늦지 않은 시간에 집으로 들어왔다. 오랜만에 온가족이 둘러앉아 이런저런 학원생활 이야기를 나누었다. 학원에서 충실한 시간을 보내고 있으니 이 정도는 누려도 괜찮다는 당당함이 느껴졌는데 그것보다 오랜만에 집에서 아들을 보니 마음이 좋았다.
휴가 나온 김에 한약을 지어서 보냈다. 워낙 움직이는 걸 싫어하는 아이다보니 보약이라도 먹어야 버티겠다 싶어 오랜 지인 한의사선생님을 방문하여 수험생이 먹는 보약을 한재 부탁드렸다.
휴가가 끝나는 날. 한약과 함께 진수를 다시 학원으로 데려다 주었다. 학원앞에는 전국에서 온 버스에서 학생들이 내려 다시 학원으로 들어가기 위하여 소지품 검사를 받고 있었다. 전가기기 반입금지, 담배, 술등 한명한명 꼼꼼하게 선생님들이 체크를 하고 들여보내다 보니 한참을 줄을 서 있었다. 한참을 기다려 진수가 들어간 걸 보고 다시 무거운 마음으로 집으로 돌아왔다.
진수가 떠난 집은 다시 고요해졌다.
월말쯤에 학원으로부터 연락이 왔다. 3월에 본 모의고사에서 진수가 자기반에서 1등을 했다는 연락이 왔다. 집에 와서 당당하게 놀고 들어간게 아마 그런 느낌이 있었나보다. 진수엄마는, 진수는 선행반부터 하여 다른 친구들보다 한달먼저 공부를 시작했고, 학원에서 가장 성적이 낮은 클라스이니 그래서 그런 걸꺼라고 애써 이 연락을 대수롭지 않게 이야기했지만 좋아하는 느낌까지 감출 수는 없었다.
이 학원에는 한달에 한 번씩 있는 모의고사에서 반에서 1등한 친구 수업료를 20%을 할인해주는 제도가 있다. 4월 수업료가 20%할인된 금액으로 연락이 왔다. 진수에게는 4월 휴가나오면 이 돈으로 진수가 좋아하는 초밥사주겠다고, 아니 진수가 엄마,아빠 사주는 거라고 편지를 보냈고, 실제 4월에 나왔을 때, 역삼역에 있는 초밥 뷔페에 가서 맛있는 식사를 했다. 진수가 얼마나 생색을 내는지, 학원비 내역서를 들이밀고 싶을 정도였다. ^_^
학원으로 복귀한 주말에 통화를 하니, 같은 방 친구가 한명이 돌아오지 않아 추가로 새로운 친구가 왔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아마 한 번 풀어지니 다시 자유를 구속받는 곳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았나보다. 기숙학원에서만 공부를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니 자기 스타일대로 집에서 공부를 하면 되겠지만, 많이 외롭고 견디기 힘든 곳이라는 것을 간접적으로나마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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