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수엄마는 자식에게 올인하는 스타일의 엄마는 아니다. 옆에서 보고 있으면 가끔 너무 성인처럼 취급을 해서 내가 더 챙겨주는 부분이 있을 정도이다. 처가집의 집안 분위기와 본가의 집안 분위기의 차이에서 우리 부부의 성격이 형성되지 않았을까라고 생각을 한다. 그런 진수엄마가 시험 전주부터 몇번의 도시락을 준비하였다. 진수가 작년 수능날은 도시락이 조금 부담스러웠다고 이번에는 가볍게 만들어달라는 부탁을 했다고 한다.
수능 시험 전주 토요일. 진수엄마가 학원선생님께 연락을 하여 진수에게 오늘 급하게 수능전에 전달할게 있어 점심만 간단히 먹이고 들여보내겠다고 말씀을 드렸다. 수능이 다음주이다 보니 학원의 관리룰도 조금 유해진 상태였고, 담임선생님도 진수를 많이 신뢰하고 있어서 특별한 이유없이도 허락을 해주셨다.
진수엄마가 방문하자고 한 이유는 나에게 몇 번 테스트를 통해 완성한 도시락에 대한 감상을 들어보고 싶어서였다. 학원 점심시간에 맞춰 학원에 도착해, 진수를 만나 차에서 준비한 도시락을 먹여보았다. 진수도 먹어보고 괜찮은 것 같다고 이야기를 했다. 그렇게 얼굴도 한 번 보고, 수능도시락메뉴를 정한 후, 수능 전날 아빠가 학원으로 아침일찍 데리러 오겠다고 이야기 하고 집으로 돌아왔다.
학원의 대부분의 학생들을 학원근처로 주소를 옮겼기 때문에 학원에서 수능시험을 보러가게 되는데,
진수는 집 근처에서 수능시험을 보고 싶다고 하여 수능전날 집으로 와야했다. 진수엄마는 수능전날이라 휴가를 낼 수 없었기 때문에 비교적 월 중간에 여유가 있는 내가 휴가를 내고 진수를 데리러 학원으로 갔다.
수능 전날은 몸만 나오고 수능이 끝나고 짐을 가지러가겠다고 했더니 학원방침상 퇴소하는 날 짐을 다 가지고 나가야 한다고 한다. 그렇게 하겠다고 이야기하고 나중에 짐을 안 가지러오는 아이들이 많아서 어쩔 수 없이 그렇게 정했다고 한다. 학원방침이 그러니 어쩔 수 없이 거의 1년동안 살았던 짐들을 박스와 캐리어등에 넣어서 짐을 차에 실었다. 학원으로 주소를 옮긴 아이들 중, 진수와 친하게 지내던 친구들과 나중에 만나자고 인사를 하고, 담임선생님께 인사를 드린 후 퇴소를 했다.친구들과는 시험 잘보자고 서로 격려를 했고, 담임선생님은 “우리반에서도 의대한명 보내보자, 화이팅!” 하며 진수를 배웅해주셨다.
길고 외로웠던 기숙학원의 생활은 그렇게 마침표를 찍었다.
10시쯤에 집에 도착하여, 수험표 수령을 위해 졸업한 고등학교를 다녀왔다. 집에서 가까운 곳에서 시험을 봤으면 했는데 수험표를 보니 이번에 수능시험을 보는 곳은 영동고등학교. 가본 적은 없지만, 집에서 멀지 않은 곳이라는 것은 알고 있었다. 진수에게 답사 한 번 할까 했더니 귀찮다고 자기는 독서실에 다녀오겠다고 하여 독서실을 하루 등록해주었다.
오후에 진수엄마가 퇴근하여 집으로 돌아왔다. 진수엄마와 동선확인도 할 겸해서 영동고등학교에 한번 다녀오기로 했다. 집에서 가까워서 올해는 운이 참 좋은 것 같다며 이 운이 끝까지 좋았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나누며 잠시 영동고등학교까지 데이트를 하고 돌아왔다.
저녁을 먹고 다시 독서실에 간다고 나간 진수는 9시30분쯤 집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오늘은 일찍 자겠다고 이야기를 하더니 10시쯤 잠자리로 갔다. 우리 부부도 내일을 위하여 일찍 잠자리에 들었는데, 새벽3시쯤 약간 소리가 나서 일어났더니 진수가 화장실에 나오고 있었다. 좀 속이 안 좋은 것 같다고. 잠귀가 매운 어두운 진수엄마도 이 날만큼은 깊이 잠이 안 들었는지 일어났다. 진수가 잠이 잘 안온다고 하자 진수엄마가 잠이 안와도 불을 끄고 침대에 누워있어 보라고 말하며 방으로 다시 들여보냈다.
새벽이 되었다.
진수엄마는 연습까지 해 둔 도시락을 준비했고, 나는 조금 이른 출근준비를 했고, 진수는 잠깐이지만 잠시 눈을 붙였다가 일어나서 수험표와 샤프등 준비물을 다시 점검하고 수능시험장으로 출발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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